DGB금융지주 잇따른 악재로 어수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4일 03시 00분


박인규 前회장 항소심 실형 등 前 수장들 줄줄이 법정에 올라
사외이사진 새로 꾸렸지만 영업망-영업이익 감소세 보여

대구의 대표적 기업인 DGB금융지주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진을 새로 꾸리는 등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전직 수장들은 연이은 재판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고 영업망과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직원 채용 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업무상 횡령, 업무방해 등)로 구속 기소된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은 3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희)는 이날 박 전 회장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박 전 회장은 2014∼2017년 전현직 임직원들과 공모해 계열사인 대구은행 공채 지원자의 전형별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북 경산시 간부 공무원 아들 등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공채 담당자들에게 컴퓨터 교체와 채용서류 폐기를 지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받았다.

또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인카드로 백화점상품권을 산 뒤 되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상품권 깡’ 수법으로 비자금 약 30억 원을 조성해 8700만 원가량을 경조사비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해 4월 구속됐다.

재판부는 3일 “채용 비리와 비자금 조성 및 횡령을 주도적으로 시행했고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며 “범행의 수법과 내용, 지위와 역할에 비춰 죄책이 중해 엄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박 전 회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선고를 들었다.

앞서 지난달 13일에는 박 전 회장과 하춘수 전 회장,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등 전직 수장 3명이 나란히 대구지법 별관 2호 법정에 서기도 했다. 이들은 몇 년 전 수성구가 대구은행에 가입한 펀드의 손실금을 보전해 준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이들 3명은 법정 안팎에서 다소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나눴지만 이후 재판이 끝날 때까지 어색한 침묵을 이어갔다.

수성구는 2008년 대구은행이 운용하는 해외펀드에 30억 원을 투자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10억 원가량 손실을 봤다. 그러자 2014년 6월 이들 3명을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 10여 명이 12억2400만 원을 개인적으로 모아 수성구 손실을 메워 준 것으로 드러났다.

최고위 간부를 비롯해 전현직 임직원들의 이 같은 불명예를 딛고 경쟁력을 되찾으려는 그룹의 노력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는 추세다.

DGB금융지주를 비롯한 그룹 전체의 영업이익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3339억 원으로 전년도(4092억 원)에 비해 18.4%(753억 원) 줄었다.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국내 지점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73곳으로 5년 전인 2013년 193곳에 비해 20곳 줄었다. 대신 지점보다 인력이 적은 소규모여서 영업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출장소는 60곳에서 76곳으로 늘렸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관계자는 “지점 가운데 일부는 본부로 승격하는 등 고객 편의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에서 점포를 효율적으로 조정한 것”이라며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명예퇴직을 대폭 확대한데다, 불안정한 경기 상황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전입해 영업이익이 표면적으로 감소했지만 경상이익은 전년도와 같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dgb금융지주#대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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