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심정으로 초등생 등하교 안전 챙겨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4일 03시 00분


부평구 삼산경찰서 녹색어머니회, 경찰청 주관 전국 평가서 1등 차지
20개 초등교 횡단보도서 교통지도… 어린이보호구역서 사망사고 ‘0’

인천 부평구 삼산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원들이 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에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돌봐주고 있다. 인천 삼산경찰서 제공
인천 부평구 삼산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원들이 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에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돌봐주고 있다. 인천 삼산경찰서 제공
인천 부평구 동쪽 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삼산경찰서의 녹색어머니회 어머니들의 얼굴에는 요즘 강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지난해 경찰청 주관 전국 으뜸녹색어머니회 평가에서 1등을 차지해서다. 최근 받은 포상금은 전액 부평구 청소년보호시설에 기부했다.

삼산서 녹색어머니회 회원 1800여 명은 평일 오전 8∼9시, 오후 1시 반∼3시면 어김없이 삼산서 관내 20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이 무사하고 편안하게 건널 수 있도록 인간신호등 역할을 한다. ‘내 아이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오가는 차량으로부터 어린이들을 살피느라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이들은 지난해 10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 일종의 대기공간인 ‘노란발자국’을 설치했다. 삼산서의 도움을 받아 횡단보도 1m 앞 보도 바닥에 ‘이곳에서 신호를 기다리라’는 뜻의 노란발자국을 새겼다. 주의력이 부족한 1∼3학년생들이 장난을 치다가 파란 신호등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횡단보도에 성급히 내려오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 교통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

학교 주변 인도에 불법 주차를 일삼는 차량 운전자들에게 녹색어머니들은 ‘공포의 대상’이다. 불법 주차된 차량을 발견하면 즉시 경고장을 부착하고 상습 불법 차량은 사진을 찍어 구청에 신고해 견인을 요청한다. 어머니들은 인도를 막은 차량 탓에 어린이들이 빙 돌아 차도로 가다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부족한 교통안전시설이나 개선해야 할 사항을 삼산서에 건의하기도 한다. 지난해 133건을 반영시켰다.

초등학교를 찾아가 1학년생들에게 교통안전 교육을 펼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횡단보도 앞에서는 일단 멈춰 선 뒤 차량과 신호등을 살펴보고 다시 걷는다는 ‘서다 보다 걷다’ 캠페인을 주로 한다. 체험학습을 하러 버스나 승용차를 타고 나갈 때는 안전띠를 꼭 착용하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이리저리 오가지 말라고 가르친다. 교육이 끝나면 비가 오는 날 쓰더라도 앞을 살필 수 있는 투명한 색상의 우산을 나눠 주고 있다. 이 같은 녹색어머니회의 노력에 힘입어 2016∼2018년 삼산서 관내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초등학생이 숨진 교통사고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로 다친 어린이도 2017년 9명에서 지난해 1명으로 줄었다.

임실기 삼산경찰서장은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이 교통사고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려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성실하게 활동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졸업하더라도 계속 봉사를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삼산경찰서#녹색어머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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