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쪽 끝 차귀도(천연기념물 제422호·사진)는 가장 늦게 해를 떠나보낸다. 차귀도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은 제주에서 손꼽히는 풍경이다. 날이 맑으면 사진 애호가들이 자구내포구나 오름인 당산봉에 진을 치고 선명한 석양을 기다린다.
죽도(대섬), 와도(누운섬) 등으로 이뤄진 차귀도는 제주에 딸린 무인도로 여겨지지만 상공에서 바라보면 차귀도가 제주 섬을 이끌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이래 기나긴 세월 파도 등의 영향으로 침식 작용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 절벽은 제주 사람들이 ‘송이’라고 부르는 화산쇄설물의 붉은 빛깔이 강렬하다.
차귀도는 남쪽에서 밀려드는 구로시오 해류를 가장 먼저 맞이한다. 산호를 비롯해 해면, 극피동물 등 해양생물 생태계 분포에서 아열대성이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미기록종이나 신종 해양생물의 출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해양학자들이 눈여겨보고 있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자구내포구에서 차귀도까지는 유람선이 이어준다. 차귀도 해안이나 억새밭을 즐기는 걷기 코스도 있다. 수중 비경을 볼 수 있는 잠수함 관광, 팔뚝만 한 바닷고기를 낚는 낚시 포인트 등 관광의 팔방미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넓이 16만 m²로 1970년대까지 주민이 거주했으나 지금은 제주에서 가장 큰 무인도다. 제주가 천하를 호령할 지세라는 말을 들은 중국 송나라가 호종단을 보내 지맥을 끊었다. 이를 본 한라산신이 매(또는 독수리)로 변해 중국으로 돌아가던 호종단 일행의 배를 차귀도에서 침몰시켰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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