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가만히 있다가는 타죽겠다 싶어서 뛰어나왔다”며 “겨우겨우 빠져나왔다가 짐이라도 조금 건질까 해서 다시 돌아가 봤는데 1시간 반 만에 집이 완전히 다 탔다”고 울먹였다.
대피 당시에는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쳐나오는데 열중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불길이 잡히고 놀란 가슴이 다소 진정되자 살길이 막막하다는 생각에 다시 애가탔다.
김씨는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피소를 찾자 눈물을 터뜨렸다. 김씨는 “우린 다른데 가서 살 수가 없다”며 “살던 데서 살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총리는 “정부에서 최선을 다해 복구하고 지원하겠다. 마음을 굳건하게 잡수셔야 한다”며 위로했다.
옥계면 남양리에 거주하는 강송주씨(76)도 “불이 난다고 해서 밖으로 나와보니 주먹만한 불똥이 날아다니고 연기도 시꺼멓더라”면서 “불똥 맞으면 죽을 것 같아서 밭으로 가 엎드려 기어나오다시피했다”고 털어놨다.
4일 오후 11시46분쯤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불은 강풍까지 겹치며 무섭게 번지며 산림 110㏊와 주택을 집어삼켰다.
불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재밖에 남지 않았다. 망상오토캠핑장과 펜션촌 망상웰빙휴양타운은 폭격을 당한 듯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1㎞ 밖까지 탄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화재가 컸던 이곳은 오후가 돼서도 소방차가 잔불을 정리하고 있었다.
휴양타운 내 잔디는 검게 그을려 잔디밭 형태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건물 내부의 벽지와 차양막은 녹아내린 흔적만 남았다. 창문들이 깨져버린 방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화장실로 추정되는 위치에서는 수도관 물줄기가 끝없이 뿜어져 나왔고 일부 잿더미에서는 연기가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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