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원, 과로 따른 질병부담 추정
심뇌혈관·정신질환부터 조기사망까지 영향
"보수적 추계…실제로는 훨씬 클 가능성 높아"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 등 과로가 심뇌혈관질환이나 정신질환으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 해 부담하는 의료비와 사회적 손실이 최대 7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과로로 인한 한국 사회 질병부담과 대응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과로와 교대근무로 생긴 질병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최소 5조4936억원에서 최대 7조7147억원에 달한다.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토대로 장시간 노동(주 60시간)과 교대근무에 따른 급성심근경색·뇌졸중 및 고혈압·당뇨병 등 심뇌혈관질환과 정신질환 유병률을 추정한 결과다.
한국에선 과로로 산업재해를 인정해줄 때 발병 전 12주간 평균 노동시간 60시간 여부를 기준으로 따진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남성은 14.0%, 여성은 5.1%가 주당 6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40대가 20.7%나 됐으며 60대 16.4%, 50대 15.8%, 30대 11.4%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장시간 노동 노출 비율이 낮은 여성은 60대가 9.3%로 가장 높았다.
교대근무 비율은 남성 14.4%, 여성 11.6%였고 남녀 모두 30대(남성 25.1%, 여성 19.5%)가 가장 높고 20대(남성 16.3%, 여성 19.3%)가 뒤를 이었다.
이런 한국의 노동 형태는 노동자들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유병률과 상대위험도 등을 토대로 추정한 바에 따르면, 전체 심뇌혈관질환자 중 장시간 노동으로 발병한 비율은 1.4~10.9%였으며 여성은 0.5~3.3%였다. 60시간 이상 일한 경우로 좁혀보면 영향은 더 높아져 남성은 2.1~16.1%, 여성은 2.9~16.8%로 추정됐다.
장시간 노동으로 정신질환을 앓는 비율은 남성이 0.7~6.2%, 여성이 0.4~2.3%였으며 사망에 이른 경우는 남성이 0.2~2.1%, 여성이 0.5~3.4%로 나타났다.
교대근무는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여성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었다. 교대근무에 따른 심뇌혈관질환자 비율은 여성이 2.5~5.1%, 남성이 0.6~1.4%였다. 정신질환 유병자 가운데선 여성이 2.8~5.7%, 남성이 1.7~3.9%였다. 사망의 경우 여성이 1.9~4.0%, 남성이 0.1~0.3%로 조사됐다.
이를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우리나라는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로 연간 5조~7조원을 지불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제적 비용은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로 발병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투입한 진료비와 입원과 휴직으로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한 총생산손실액, 평균 퇴직연령인 72세 전 조기사망으로 발생한 손실액 등으로 추정됐다.
우선 장시간 노동으로 발병한 심뇌혈관질환이나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 투입된 진료비는 798억~1546억원으로 계산됐다. 교대근무에 따른 진료비는 327억원이다.
질병으로 입원과 휴직으로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비용은 장시간 노동 2조5275억~4조6737억원, 교대근무 1조6654억원이었다. 과로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이 평균 퇴직연령인 72세까지 일했다면 기대할 수 있는 생산손실액은 장시간 노동은 7585억원, 교대근무가 4297억원이었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경제적 질병 비용은 약 3조3658억원으로 추정되는데 60시간 이상 일한 경우로만 따지면 의료비 부담은 약 5조5868억원까지 증가한다. 교대근무의 경우 약 2조1278억원이다.
연구진은 “과로가 우리 사호에 연간 5조~7조원의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2016년도 기준 우리나라 건강보험 총 급여지출액의 10~14%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풀이했다.
게다가 이런 비용 추계는 보수적으로 추정된 결과인 만큼 실제 질병비용은 더 늘어날 거란 분석이다.
장시간 노동으로 규정한 60시간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장시간 노동 기준으로 제시한 주 48시간은 물론, 이달부터 유예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보다 긴 노동시간이다.
과로는 앞선 질병 외에 수면, 대사성 질환, 암, 근골격계질환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하고 치료 과정에서 필요한 교통비나 간병비 등도 반영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참고 출근하는 소위 ‘프리젠티즘’이나 조기 퇴직 혹은 이직에 따른 생산성 손실 등의 비용은 자료의 한계로 분석하지 못했다”며 “과로로 인해 우리 사회가 지불하고 있는 사회적 비용의 크기는 본 연구에서 추정한 것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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