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죽음 예감한듯 “물의 일으켜 죄송… 물러날 생각”
폐섬유증 美병원 진단서도 제출
“삶을 정리할 시간을 주시길 바랍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약 7시간에 걸쳐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이같이 호소하는 내용의 최후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장심사가 끝나기 직전 판사는 조 회장에게 1, 2분가량의 시간을 줬다.
조 회장은 검사와 변호인 사이에 법적 공방이 진행되는 동안 감정 변화로 호흡이 고르지 않아 휴대용 호흡기를 여러 차례 사용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당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 자체가 죄송하다”며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후진술을 하면서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담담한 목소리를 유지했다. 마치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듯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사회에 속죄하는 마음을 전하면서도 올해 6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의 유엔’이라 불리는 IATA는 세계 항공산업과 항공사의 권익을 대변하고 정책 및 규제 개선 등을 협의한다. IATA 집행위원회 위원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조 회장은 IATA 총회 의장으로서 회의를 성공적으로 주관한 뒤 완전히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그가 숙환과 수사 중에도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끝까지 유지하려 했던 이유였다는 해석이 있다.
아울러 조 회장 측은 미국 병원으로부터 받은 폐섬유증 관련 진단서를 영장실질심사에 제출했다. 폐섬유증은 폐 조직이 굳으면서 산소 교환이 이뤄지지 않아 호흡 장애가 오는 병이다.
대한항공 측은 “끝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마무리하고 명예 퇴진하려던 계획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퇴출로 차질이 생기자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