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가 의사의 낙태진료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1개월간 면허를 정지하는 내용의 보건복지부의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을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헌재 결정 이후 낙태를 처벌하고 그 범위를 정한 현행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개정하기 이전에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의 허용범위를 명확히 해 환자 진료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개인 신념에 따라 낙태수술을 거부하는 의사를 환자들이 진료거부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 후속조치도 요구했다. 헌재 결정이 나자마자 바로 낙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는 환자들이 산부인과를 방문했다가 수술을 받지 못해 반발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우리나라는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부터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고, 모자보건법 제14조는 1973년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도 의학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산부나 배우자가 유전학적 정신장애가 있거나 임신 중기 이후에는 태아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는 풍진 같은 전염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반면 선천성 기형아는 허용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중 30개국은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포함해 낙태수술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다”고 주장했다.
다만 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 자체에 대해선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의사회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헌재 결정에 따라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질 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며 “낙태에 대한 책임을 여성과 의사에게만 전가한 것은 부당하며, 남성에게도 그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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