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노동자상 철거 협조 공문 보낸 당일 행정대집행
시민단체 “부산시, 친일 적폐임을 보여줘” 규탄
부산시가 ‘강제징용노동자상’(이하 노동자상)을 전격 철거하자, 시민단체가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는 12일 오후 6시15분 동구 초량동 정발장군 동상 인근에 설치된 ‘노동자상’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시는 철거한 노동자상을 남구에 있는 일제강제동원역사관 1층 관람객 대기 장소에 설치했다.
이날 행정대집행은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시는 이날 오전 노동자상을 설치한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지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이하 건립특위)에 공문을 보내고 노동자상 이동을 요구했다.
이에 건립특위는 내부 논의 후 결과를 밝히겠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지만, 시는 이날 오후 6시가 지나자 발빠르게 집행에 나선 것이다.
시는 현장에 50여명의 공무원과 각종 장비를 동원해 노동자상을 철거했으며, 워낙 전격적으로 진행돼 건립특위 관계자들도 현장에서 집행을 막지 못했다.
시는 앞서 건립특위가 부산 동구청과 합의하고 노동자상 설치를 추진하자, 부산시는 노동자상이 ‘불법조형물’이란 이유로 반대입장을 전하며 대집행을 예고하기도 했다.
시는 행정대집행 후 밝힌 입장문에서 “조형물 설치를 위한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불법조형물 설치에 대해 행정조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불법’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평화로운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고 공권력을 동원하게 된 부분에 대해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 여러분을 비롯해 시민 모두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형물의 설치 장소를 결정하기 위해 공론화 과정을 제시했던 우리 시의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시는 위원회 및 동구청과의 지속적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건립특위는 행정대집행 후 밝힌 입장문에서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리본을 내팽개치고 기습적으로 노동자상을 끌고 갔다”며 시 행정에 반발했다.
건립특위는 “일본 정부가 그토록 원하던 일을 우리 정부가 공무원 수 백명을 동원해 완수했다”며 “강제징용노동자의 역사는 100년이 지나도 청산되지 못한 채 또 다시 되풀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립특위 등 노동자상 건립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현재 노동자상이 있었던 자리에 모여 시를 규탄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는 “부산시가 시민의 뜻이 담긴 노동자상을 강탈해갔다”며 “부산시는 친일 적폐임을 오늘 스스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특히 “오거돈 시장과 부산시는 오늘 벌인 각종 불법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오 시장을 겨냥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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