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사고 속출하는데 단속은 허술…처벌 규정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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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13일 0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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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확인 강제로 할 수 없어 적발해도 거부 비일비재
지난달 맹견 관련 처벌 규정 생겼지만 현장 적용 어려움

경기도 안성에서 맹견(猛犬)이 산책 중인 6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하고 부산에서는 30대 남성이 대형견에 중요부위를 물리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서울시에서도 맹견 물림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7년 유명가수 반려견에 물려 음식점 대표가 사망한 사건 등을 계기로 맹견이 행인을 숨지거나 다치게 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 법령이 개정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처벌수위만 높여놨을 뿐 실제 단속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부족하다는 푸념이 나온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에서 목줄 없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다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문 사례는 16건이다. 목줄 위반시 과태료는 20만원이다.

올해 들어 처벌수위는 한층 높아지고 처벌대상 행위도 많아졌다. 지난해 9월 동물보호법에 이어 지난달 21일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맹견 관련 규정이 새로 생기면서 맹견을 키울 때 지켜야 할 사항이 많아졌다. 서울시 역시 지난달 ‘서울시 동물보호조례’를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법상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등이다. 순종은 물론 잡종까지 맹견에 포함된다.

소유자가 이 맹견을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게 하는 경우 ▲목줄·입마개를 채우지 않은 경우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에 출입시키는 경우 법 위반이다.

맹견 때문에 사람이 숨지거나 다치면 소유자는 형사처벌된다. 사람이 숨지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람이 다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서울시 자치구가 단속해 부과하는 과태료 액수도 상당하다. 맹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거나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에 출입시키면 과태료가 1회 100만원, 2회 200만원, 3회 300만원에 이른다. 일반견 목줄위반시 과태료가 20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맹견의 경우는 행정처분 강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아울러 자치구는 사람에게 신체적 피해를 주는 맹견을 소유자 동의 없이 격리조치할 수 있다.

문제는 법령에 규정된 것처럼 맹견을 단속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간 맹견이 아닌 일반 반려견 소유자들 중에서도 목줄을 채우지 않고 다니다 적발될 경우 과태료를 내지 않으려 신분증 제시를 거부하고 달아나는 사례가 많았다.

시 관계자는 “반려견에게 목줄 안 채우는 것을 단속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현장에 가서 단속하다보면 소유자 신분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다”며 “일반 공무원들이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니 소유자가 떼를 쓰고 신분 확인을 거부하면 단속하기 힘들다. 최대한 신분증을 받으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비가 붙고 싸움까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새로 생긴 맹견 관련 처벌 규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맹견 단속 공무원에게는 강제로 신분증을 확인할 권한도 없을 뿐더러 격리조치를 위한 무기 사용 권한도 없는 실정이다. 맹견 소유자가 신분증 제시를 거부하는 것을 넘어 맹견을 앞세워 위협할 경우 단속 공무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맹견 관련 사고가 간헐적으로만 발생하는 탓에 중앙정부와 국회가 안이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시 조례 개정에 앞장 선 김태수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중랑2)은 “도로 상에서는 사고가 많이 나니까 도로교통법에 따라 단속을 강하게 하고 시민활동을 많이 제약하지 않나”라며 “맹견 사고도 어쩌면 지금 알려진 것보다 전국 각지에서 훨씬 많이 발생하고 있을지 모른다. 법령에서 세부적으로 다뤄야 하는데 지금 법령은 매우 허술하다”고 말했다.

허술한 맹견 관련 법령이 광역지자체의 입법에도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김 시의원은 꼬집었다. 그는 “실효성 있는 맹견 단속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조례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허술한 상위법령에 부합하는 내용만 반영하느라 제약이 크다”며 “자치입법권이 있다면 단속 과정에서 현장 공무원에게 필요한 권한을 조례에 반영하고 대처할 수 있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결국 중앙정부와 국회가 법령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맹견 소유자 계도를 통한 자발적인 참여 유도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시 관계자는 “내가 기르는 개가 말 잘 듣고 안 문다고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보면 돌변할 수 있다”며 “개와 외출할 때는 목줄이 습관화돼야 한다. 배설물 치우는 것도 습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목줄은 개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개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목줄을 해야 한다. 아울러 목줄 없이 놔두면 개가 차도로 갑자기 뛰어들어 사고를 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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