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유죄 확정을 받은 이들이 향후 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할지 주목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 등이 제기한 형법 269조 1항 및 270조 1항 관련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4(헌법불합치)대 3(단순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법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법적 공백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어 법 개정 시한을 두는 것이다.
헌재는 2020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개정하되 그때까지 현행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개정되지 않을 경우 2021년 1월1일부터 효력을 상실시켜 전면 폐지하도록 했다.
이처럼 헌재가 1953년 낙태죄 조항이 제정된 지 66년만에 처음으로 위헌 결정을 함에 따라 기존 낙태죄로 처벌된 이들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인정받을 길이 열렸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경우 해당 조항으로 유죄를 확정받은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헌법불합치도 위헌의 일종으로, 단순위헌과 같이 재심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달까지 낙태죄 및 촉탁낙태죄 등으로 기소된 사례는 총 94건으로 집계됐다. 또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년간 낙태나 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 낙태 혐의로 총 90건의 1심 선고가 내려졌는데, 이들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번의 경우 헌재가 결정문에서 2020년 12월31일까진 현행법 효력을 유지한다고 단서를 달아 그전까진 낙태 행위를 유죄라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헌재에서 이미 낙태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이상, 법원에서 더이상 유죄 판결을 내리기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대법원은 2014년 야간 옥외집회 금지·처벌조항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중 헌법불합치 결정된 조항과 관련해 개정 전이라도 헌재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언한 이상 효력을 상실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재심 사건을 맡은 각 재판부에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따를 경우 개정 전이라도 청구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헌법불합치도 위헌의 한 형태로, 개정 전이라도 재심으로 무죄를 받을 여지는 있다”면서 “결국 각 재판부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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