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박물관의 미래를 위해서는 크게 보고, 넓게 생각해야 합니다. 현대 미술과 문화 공연 등 다양한 예술을 해양 예술과 접목시켜 대중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9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 2층 집무실에서 만난 주강현 관장(64)은 “해양박물관의 문은 바다로, 미래로 활짝 열려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7월 국립해양박물관 2대 관장으로 취임한 그는 박물관을 해양문화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주 관장은 “올해는 전시, 학술 및 교육문화사업, 해양자료 수집 등 박물관의 고유 업무를 수행하면서 2012년 개관 당시 운영자 중심으로 꾸며진 박물관 시설을 이용자 위주로 뜯어고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부터 리노베이션 팀을 구성해 1∼4층 전시관을 전부 손볼 계획이다. 박물관의 특성상 햇빛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단 시설을 설치한다. 굳이 필요 없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은 뜯어고쳐 특별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4층에는 해양한국 5000년관을, 1층 해양도서관에는 책 1만 권을 꽂을 수 있는 벽면 서가를 설치해 해양보고로 만든다. 야외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쉴 수 있는 컨테이너 피크닉관과 쇼핑 공간, 대나무 숲을 조성한다.
국립해양박물관의 위상에 걸맞게 지금까지 없었던 전통 선박 등 대형 유물 수집과 조사, 구입 사업을 벌인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해양국가의 전통 선박과 어구 등 보존 가치가 높은 유물을 구입해 자료로 활용한다. 현재 박물관 수장고에는 이충무공전서 등 희귀유물 2만3071점이 보관돼 있다.
정부의 신남방 및 신북방 정책과 연계해 인도네시아 해양문화 민족지 보고서 발간, 북한해양문화 출간 사업도 벌인다. 10월에는 해양도서 확산 및 해양의식을 높이기 위해 국내 처음이자 최대 규모의 해양도서전(오션 북 페어)을 기획하고 있다. 부산시, 부산시교육청과 공동으로 마련하는 이 행사는 북 콘서트와 희귀 도서전 등으로 꾸며진다.
주 관장은 “해양박물관이 해양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찾아내고 재조명하는 것도 큰 역할인 만큼 해양실크로드 문화사 연구에 힘을 쏟겠다”며 “최근 펴낸 일본 ‘세토나이카이 도모노우라항의 해양 유산’이란 책이 첫 결실”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전시콘텐츠 사업도 펼친다. 일제강점기 수탈에 맞서 싸운 ‘어민들의 항거 역사전’은 6월 2일까지 이어진다. 6월에는 부산 자갈치시장 등 세계 유명 수산시장의 역사와 수산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테마기획전을 연다. 7월에는 북한의 항구와 수산물, 배, 전통 민속을 접할 수 있는 ‘북한의 바다’전을 마련한다. 11월에는 한국해양조사원 발족 70주년을 맞아 ‘고(古)해도 속의 우리바다’ 전시회를, 12월에는 세계의 등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주 관장은 “해양박물관이 해양수도 부산의 첨단 기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접근성이 문제”라며 “해양기관이 몰려 있는 영도 해양클러스트 지구에 대중교통을 늘려 주말은 물론 야간에도 많은 시민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4만 명이 방문한 해양박물관에는 부산역에서 박물관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와 배차 간격이 19∼25분인 66번, 186번 시내버스가 운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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