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강모 씨(46·구속)가 현직 구청 공무원으로부터 가라오케 민원 해결 등 편의를 제공받은 정황을 경찰이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강 씨 측의 요청을 받고 구청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전직 강남구 공무원 A 씨를 제3자 뇌물취득죄로 입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이행강제금 부과받고도 계속 영업
아레나 관계자와 강남구, 경찰 등에 따르면 강 씨는 200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고층 건물 3개층을 빌려 내부 계단으로 연결한 뒤 M가라오케를 개장했다. 강 씨는 이 업소를 강남구에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했지만 노래방 기기를 설치하고 디제이(DJ)를 고용하는 등 단란·유흥주점처럼 운영했다.
개업 직후 M가라오케를 방문했던 한 아레나의 단골고객은 “고층 빌딩에서 강남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라 분위기가 좋고, 룸 안에서 노래를 부르며 놀기에 좋은 곳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 씨가 탈세 등의 목적으로 이 같은 용도변경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흥주점의 경우 일반음식점에 비해 세금이 많다.
강남구는 2012년 9월 퇴폐업소 일제단속을 벌여 무단 운영 사실을 적발했다. 구는 ‘허가 없이 일반음식점을 단란·유흥주점으로 용도변경했다’며 M가라오케 아래 2개층을 위반건축물로 지정했다. 맨 위층은 스카이라운지로 꾸며져 있어 단속되지 않았다.
위반건축물로 지정되면 위반 사항이 시정될 때까지 매년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M가라오케는 층당 2500만 원씩 총 5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됐다. 강 씨는 2012년부터 3년간 매년 5000만 원을 내며 영업을 지속했다.
○ 눈속임 영업 적발 않고 위반건축물 ‘해제’
강 씨는 M가라오케 등에 매년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을 피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모색했다고 한다. 경찰은 강 씨가 2014년 아레나를 개업하며 영입한 이른바 ‘관작업’(공무원에게 현금 등 뇌물을 주는 작업) 전문가 이모 씨에게 이 민원 해결을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아레나 전직 직원들로부터 “이 씨가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전 강남구 공무원 A 씨를 통해 현직 공무원에게 로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는 2015년 7월 위반건축물로 지정된 M가라오케 2개층 중 1개층에 대해 위반건축물 지정을 해제했다. ‘2014년 7월 행정처분으로 폐업 후 영업 중단이 돼 단란·유흥주점이 완전 퇴거를 했다’는 사유였다. 강남구는 또 2016년 9월 나머지 1개층에 대해서도 ‘내부에 있던 반주, 음향, 노래방 기기 등이 철거됐고 DJ 등 접대부를 고용하지 않았다’며 위반건축물 지정을 해제했다.
하지만 M가라오케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던 직원들은 “눈속임으로 가라오케 운영을 지속했지만 강남구가 이를 적발하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전직 직원 B 씨는 본보 기자에게 “구청 공무원이 단속 나오는 날짜를 미리 전달받아 그날에 맞춰 해당 층을 비웠다”고 말했다. B 씨는 또 “이 씨가 영입된 이후 A 씨를 통해 가라오케 영업 관련 구청 민원이 일사천리로 해결됐다”고 했다.
M가라오케는 현재 같은 장소에서 계속 영업 중이다. 개업 당시보다 1개층을 더 확장해 4개층으로 운영된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돼 있지만 ‘노래방 무제한, DJ쇼 이벤트’ 등 유흥업소에서만 가능한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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