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상반기까지 46억 예산지원
가맹점 12만곳 중 2월이후 8만곳, 자발적 가입문의는 954건뿐
1만장 만든 할인권 653장만 사용… 7일간 마케팅도 사실상 실패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서울시와 정부가 도입한 제로페이 가입 가맹점이 12만 곳을 넘겼다. 하지만 시장은 기대만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제로페이는 결제수수료를 받지 않거나 적게 받는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로 지난해 12월 20일 시작됐다.
동아일보가 15일 입수한 서울시 자료 ‘2019년 제로페이 가맹안내 및 활성화 보조금 지원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 2월부터 6월까지 예산 19억 원을 들여 소상공인이 제로페이에 가입하도록 지원하고 홍보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쓰인 26억8000만 원을 더하면 제로페이 활성화에 서울시 예산 46억 원이 쓰이는 셈이다.
지원 계획의 상반기 예산 내용을 보면 실질적인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한 용도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 19억 원 중 11억2000만 원은 제로페이 결제에 쓰이는 QR코드를 부착한 키트 14만 개 제작 및 배송 비용이다. 개당 8000원꼴이다. 가맹 안내 비용은 4억5000만 원이 편성돼 있다. 신규 가맹점을 늘릴 때마다 한 곳당 1만5000원씩 자치구가 고용한 기간제 직원이나 통·반장에게 지급하는 수당이다.
결제환경 모니터링을 위한 예산 1억5000만 원도 편성했지만 실제 모니터링을 할 사람은 뽑지도 않았다. 무엇을 모니터링을 할지도 결정하지 않았는데 모니터링 직원에게 건당 7500원을 지급한다고 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니터링은 추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예산만 편성해 놓았다”며 “아직까지 모니터링 수당을 지급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예산이 투입된 만큼 제로페이 가맹점은 늘었다. 서울시는 9일 기준 서울지역 가맹점이 12만1140곳이라고 밝혔다. 이 중 8만1952곳(67.7%)은 올 2월 이후 가입했다.
그러나 역시 올 2월부터 9일까지 서울시 예산을 받아 가맹 지원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중앙회에 들어온 소상공인의 가맹 문의는 954건에 그쳤다. 자발적으로 가입한 소상공인이 많지 않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제로페이 이용도 가맹점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올 1월 제로페이 결제는 8633건에 1억9949만 원이다. 시행 초기인 데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기간 국내 신용카드 결제 건수(15억5000만 건)와 결제 금액(55조 원)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소비자도 제로페이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볼 사례도 있다.
서울시는 올 2월 18일부터 24일까지 예산 3000만 원을 들여 제로페이 활성화 마케팅을 벌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영등포역 지하상가 제로페이존에 홍보 부스를 두고 3000원 할인권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제로페이 가맹업소가 모인 제로페이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권이었다. 그러나 준비한 할인권 1만 장 가운데 행사 기간 두 제로페이존에서 쓰인 것은 653장이었다. 한 제로페이존에서 하루 46명만 쓴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만 장을 한 번에 사용하려는 취지는 아니었고 추후 소진할 계획”이라면서도 “당초 목표는 1000장 배포여서 미치지 못한 것은 맞다”고 해명했다.
영등포역 제로페이존의 옷가게 직원 A 씨(34·여)는 “구청 공무원이 하라고 해서 가입하긴 했지만 이용자는 한 달에 한 명도 안 된다”며 “손님들이 제로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묘안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구의 한 식당 주인은 “모바일 결제를 하려는 젊은 손님 중에서도 제로페이 이용자는 거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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