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하던 시민들 “안전은 남의 일 아닌 내 일” 인식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6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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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신문고’ 어플리케이션이 작동된 스마트폰과 이날 오후 서울 시내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 2019.4.16/뉴스1
‘안전신문고’ 어플리케이션이 작동된 스마트폰과 이날 오후 서울 시내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 2019.4.16/뉴스1
행정안전부의 스마트폰 안전신고 애플리케이션(앱) ‘안전신문고’에는 전국 곳곳에서 하루 평균 80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된다. 2014년 9월 앱을 출시했을 때만 해도 접수되는 신고는 하루 20건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들어 신고 건수가 하루 평균 200건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646건에 달했다. 올 들어 3월 현재 하루 평균 80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현장 사진을 찍어 안전신고 앱으로 전송하면 행안부가 관련 부처나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즉시 알리는 간편한 방식이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안전신문고는 전국 곳곳을 안전하게 만들었다. 국민의 신고로 전북 군산시에서는 콘크리트가 떨어져나가 앙상한 철근이 외부로 드러난 해안도로 기둥이 말끔하게 보수됐다. 강원 춘천시의 한 도로에서는 차량과의 충돌로 부서져 방치됐던 중앙분리대가 고쳐졌다. 안전은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사례다. 안전신문고에 접수되는 신고 내용은 맨홀 뚜껑이나 보도블록 파손에서부터 노후교량 붕괴 위험, 전신주 감전 위험, 육교 주탑 와이어 이상 등을 알리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생활 속에 뿌리내린 안전의식

4월 16일은 정부가 정한 ‘국민 안전의 날’이다. 2014년 이날 있었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이듬해 정부가 만들어 올해로 5년째다. 특히 올해는 4월 14일부터 21일까지를 ‘국민안전주간’으로 운영한다. 이 기간에는 ‘함께,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다양한 안전의식 고취 행사와 캠페인이 진행된다.

그동안 안전에 대한 책임은 개인보다는 국가에 맡겨지는 경향이 짙었다. 국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부실한 안전실태를 눈앞에 두고 ‘설마’하며 외면해온 안전 불감증이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국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개인 영역은 사각지대로 남게 됐다.

많은 안전사고를 겪은 후 안전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올라갔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과 참여형 민주주의의 확산으로 국민이 직접 안전을 챙기는 ‘안전주권’의 시대가 열렸다. 올해 2월 23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갑자기 쓰러진 60대 여성을 심폐소생술로 구한 서울교통공사 직원, 11일 경남 창원시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10대 여학생을 병원으로 즉시 이송한 시내버스 운전사처럼 시민들이 기억하고 있던 ‘안전 매뉴얼’은 큰 힘을 발휘했다.

국가와 사회는 일상에서 안전생활을 실천하며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 이들의 공적을 기리는 일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행안부의 ‘안전문화대상’, 소방청의 ‘119의인상’ 등 공공부문을 비롯해 LG복지재단의 ‘LG의인상’처럼 민간에서도 안전에 관심을 쏟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안전무시관행 척결은 생활 속에서


고질적인 안전무시 관행을 뿌리 뽑으려는 움직임 또한 확산되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해 ‘7대 안전무시 관행’을 발표했다. 불법 주정차, 비상구 폐쇄 및 물건 적치, 과속과 과적 운전, 안전띠(어린이 카시트) 미착용, 건설현장 보호구 미착용, 화기 및 인화물질을 갖고 등산, 구명조끼 미착용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지켜지지 않으면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들이다.

2017년 12월 화염에 휩싸인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 접근하던 소방차를 멀리 돌아가게 만들었던 불법 주정차 차량, 화재시 탈출에 필요한 비상구 앞을 막았던 각종 적치물 등은 사고 피해를 키운 대표적인 안전무시 관행이다.

다행인 건 생활 속에서 안전을 실천하는 국민적 노력에 힘입어 대표적인 안전사고인 교통사고와 화재사고의 인명피해가 줄고 있는 점이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3781명으로 2017년보다 9.7% 줄었고, 올해 1분기 화재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한 98명에 그쳤다.

행안부는 생활 속 안전의식 확산을 위해 3월 ‘안전의식개선협의회’를 출범시켰다. 행안부와 행정연구원,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 공동으로 협의회를 구성하고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안전시민단체, 교육기관 등이 참여해 각 분야의 안전 실태와 개선 방안을 공유한다. 3월 세종에서 첫 모임을 가진 협의회는 5월과 11월에 충청도, 7월 전라도, 9월 경상도 지역에서 안전문화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허언욱 행안부 안전정책실장은 “국민안전주간에 전국적으로 안전에 대해 생각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행사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국민 개개인이 일상에서부터 안전실천을 생활화해 ‘함께,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종=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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