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선한 의도를 사회적 가치로 본다면 착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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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사회적 가치를 둘러싼 대표적 오해 3가지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올해부터 핵심성과지표(KPI)에 사회적 가치 창출 비중을 50%까지 늘리는 과감한 실험을 하고 있을 정도다. 이는 기업이 이윤 창출뿐 아니라 환경보호, 지역사회 공헌 등 기업이 속해 있는 생태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 내야 비즈니스의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려면 먼저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이를 어떻게 측정하고 평가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측정은 경영의 기본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사회적 가치 측정과 관련해 명확한 이론이 정립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 결과 사회적 가치에 대해 착각하고 혼동하는 부분이 많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사회적 가치를 둘러싼 대표적인 오해에 대해 다뤘다. DBR 270호(4월 1일자)에 소개된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오해 1: 선한 의도만 가지면 사회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성과를 확인하고 이를 더욱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하려는 노력의 근저에 반드시 ‘변화시키고 싶은 무엇인가’, 즉 ‘사회 문제’가 존재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사회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지도 않았는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국내의 많은 구호가 때로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 문제를 해결해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설명하고 있지 않아서다. 그저 좋아 보이고, 좋은 느낌이 나는 어떤 것을 사회적 가치라고 추상적으로 설명해내는 일은 측정되거나 평가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가 그저 ‘좋은 어떤 것(something good)’을 사회적 가치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한다. 그 결과 사회 문제도 제대로 정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좋은 일만 하는 걸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가령 국내 기업 A는 자사가 새로 만든 생수가 경쟁사 생수보다 미네랄이 훨씬 더 풍부하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한다. 이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다. 우리나라 생수에 미네랄이 부족한 게 사회 문제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의 주장대로 우리가 보통 마시는 생수보다 A가 만든 생수에 좀 더 많은 미네랄이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사회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아니다. 심지어 미네랄이 풍부하면 반드시 건강에 더 유익한지도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주장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 오해 2: 공익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는 같다?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치의 종류’(일반 효용가치 vs 사회적 가치)와 해당 가치의 ‘귀속 대상’(사적 귀속 vs 공공 귀속)이라는 두 가지 기준에 따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가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한 데서 나오는 가치인 반면 일반 효용가치는 사회 문제와 상관없이 가치 증진을 가져온 경우를 의미한다. 사적 귀속은 특정 개인(집단)만이 배타적으로 그 혜택을 누리는 경우를 말하지만 공공 귀속은 불특정 다수에게 가치가 반복적으로 향유되는 경우를 뜻한다.

이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가치 창출 사례는 크게 ①사적으로 귀속되는 일반 효용가치(예: 개인이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때 얻는 가치) ②공공에 귀속되는 일반 효용가치(예: 대중이 예술품 감상을 통해 누리는 가치) ③사적으로 귀속되는 사회적 가치(예: 취약계층 고용으로 창출되는 가치) ④공공에 귀속되는 사회적 가치(예: 탄소배출 저감을 통한 환경보호 가치) 등 네 가지로 구분된다.

엄밀히 말해 사회적 가치는 이 중 마지막 두 개 유형에 해당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②유형, 즉 ‘공익적 가치’를 사회적 가치라고 혼동할 때가 많다. 멋진 예술품이 걸린 미술관은 분명 공공의 가치를 제고한다. 그러나 그 미술관이 반드시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럴 경우 공익적 가치는 있지만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단지 일반 효용가치가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됐을 뿐이다.

○ 오해 3: 건강한 조직이라고 인정받은 회사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잘할 것이다?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치고 근육량이 적은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근육량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달리기에 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유리한 요건을 갖춘 ‘건강한’ 조직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적 가치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가령 기업 B는 운영위원회에 직원 대표를 참여시키고 이사회에 여성 비율도 절반이나 된다. 육아휴직도 남성들에게 확대 적용하고 있으며 대표와 직원 간 임금 차이도 거의 없고 사내 수유실까지 갖추고 있다. 이런 일련의 노력을 볼 때 B가 좋은 회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B가 노인 치매 예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본업으로 하는 회사라면 어떨까. B가 창출하는 핵심 사회적 가치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가 예방된 노인들의 수’가 될 것이다. 이를 제고하려면 많은 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들 중 치매 예방 비율이 높아야 한다. 이런 결과가 없다면 이사회 구조나 수유실 유무 등 소위 ‘건강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도 실제 사회적 가치 창출에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마주하는 많은 사회적 가치 평가 툴은 건강성 평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 허점을 교묘히 활용해 실제 사회적 가치 창출엔 실패했는데도 마치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양 포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건강성 평가는 분명 필요하지만 진정한 사회적 가치 측정 및 평가와는 다르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사회적 가치#k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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