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 심의관 출신 부장판사 증언
"林, 우병우에게 '미워 말라' 통화"
이정현 전 의원 등 접촉 정황 공개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서 법원행정처 심의관 출신 현직 법관이 증인으로 나와 “임 전 차장 지시로 (문제의) 문건을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1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1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1·2심의관)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4월5일 작성된 ‘BH(청와대)로부터의 상고법원 입법 추진동력 확보방안 검토’ 보고서를 제시하면서 시 부장판사에게 “추진전략 부분에 ‘CJ(Chief Justice, 양승태 전 대법원장)께서 VIP(박근혜 전 대통령)와의 개별면담 추진’은 임 전 차장 지시로 기재한 게 맞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시 부장판사는 “맞다”며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아는 사실이 아니라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문건 작성 직후 기재된 대로 추진하려고 했는데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불거지면서 미뤄졌다는 게 시 부장판사의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이다.
이에 대해 시 부장판사는 “4월에 나온 보고서라 그런 구상은 간부진에서 한 것 같은데 당장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걸로 알아서 그 원인이 성완종 사건 때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며 “보고서 작성 무렵에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구상이 간부진들 사이에 있었던 것 같긴 하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는 임 전 차장이 당시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우병우 천 청와대 민정수석 등 고위 관계자들과 접촉한 정황이 공개되기도 했다.
시 부장판사는 “그 해 11월 회식 자리에 늦게 온 임 전 차장이 우 전 수석과 통화하면서 ‘우리 법원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 상고법원 도와달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검찰 조사에 말한 게 맞냐”는 질문에 “그날 회식은 아니었지만 한 차례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지난 2015년 6월 임 전 차장 지시로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만나기 위해 국회를 찾아가 약 10분간 사법한류방안 보고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 부장판사 설명에 따르면 사법한류란 상사법원이나 중재센터 등 국제 분쟁을 처리할 수 있는 기구를 국내에 만들어서 수요를 흡수하고 국내 사법의 발전된 제도를 베트남 등에 전파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혼자 찾아갔는데도 이 전 의원이 만나줬냐’는 검찰 질문에 “굉장히 이례적이어서 저도 기억이 선명한데 이 때 임 전 차장이 방문지시했을 때 제가 두세번 반문했다”며 “임 전 차장이 이미 이야기가 다 된거다. 이 전 의원이 관심이 많은 것 같고 세부적인 내용을 궁금해하니 물어보면 가서 이야기해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 부장판사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이 전 의원이 보고를 받은 뒤 이건 바로 BH(청와대)에 보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록돼 있다.
임 전 차장 측은 시 부장판사를 상대로 ‘문건 작성시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장 지시라고 말한 있나’, ‘문건이 대법관에게 전달됐다는 말을 들은 적 있나’, ‘보고서 작성 자체가 재판개입이라고 생삭하지 못했다고 진술하지 않았냐’ 등 질문을 통해 검찰 입장을 반박했다.
시 부장판사는 증인신문에서 시종일관 조심스러운 태도로 답변했다. 관련 문건들 중 자신이 작성하지 않은 보고서에 대해서는 “제가 작성한 게 아니라서 말하기 곤란하다”, “당시 저 보고서를 본 기억이 없다”고 대답하는 등 말을 아꼈다. 시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문건을 다수 작성했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2017년 3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사법농단 의혹을 실행에 옮기고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직권을 남용하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직위 확인 소송 등 재판에 개입하거나, 법관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 등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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