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투자개방형병원인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가 취소됐다. 지난해 12월 5일 제주도가 ‘외국인 전용 조건’으로 허가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7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부 개설을 허가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법이 정한 3개월 기한을 넘기고도 개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원을 위한 실질적 노력도 없었다”며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녹지병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회’ 결과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청문주재자인 오재영 변호사가 12일 제주도에 제출한 청문 종합의견서는 “제주도가 병원 개설 허가를 15개월이나 지연했고 조건부 허가 불복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허가 후) 3개월 내 개원하지 못했다는 녹지병원 측 주장은 개원하지 못할 만큼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청문회에서 녹지병원 사업자인 중국 뤼디(綠地)그룹 산하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 측은 “제주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요구에 따라 778억 원을 들여 녹지병원 건물을 신축하고 2017년 8월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신청할 당시 진료를 시작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췄지만 개설 허가가 1년 4개월가량 미뤄져 8억5000만 원의 순손실이 발생했고 조건부 개설허가로 인해 당장 개원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5일 ‘외국인에 한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내줬지만 의료법상 개원 시한인 지난달 4일까지 개원하지 않자 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했다.
녹지제주헬스케어 유한회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법적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뤼디그룹 측은 올 2월 제주지법에 개설허가 조건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제주도 안팎에서는 뤼디그룹 측이 이들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투자금을 비롯해 약 800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주도에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녹지병원은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의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헬스케어타운에 건물을 짓고 47병상을 갖췄다.
녹지병원 개설 허가가 취소되면서 의료 공공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현 정부에서 투자개방형병원 설립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허가권을 가진 보건복지부는 이날 “현 정부에서는 추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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