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을 받던 중 추가 범죄로 또다시 기소됐을 경우, 확정판결 이후 선고하는 사건의 형량은 형기의 2분의 1까지만 감경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최종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8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조모(38)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추징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조씨는 2015년 33회에 걸쳐 향정신성 의약품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같은 혐의로 또다시 기소됐고, 그 사이 앞 사건으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1심은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과 나중에 기소된 사건이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으며, 형법 55조 1항 3호 기준에 따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유기징역 및 유기금고는 형기의 2분의 1까지만 감경할 수 있다.
후단 경합범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범죄와 확정 전 저지른 범죄를 뜻하며, 형법39조는 후단 경합범에 대해 동시에 재판받을 경우와 형평을 고려해 형을 감경이나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조씨가 한꺼번에 재판을 받았다면 형의 하한이 1년3개월까지 내려가는데, 후단 경합범으로 처벌을 받으면 확정된 징역 4년 외에도 추가로 1년3개월의 형을 복역하게 되므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감경 하한 기준인 형법 55조 1항을 적용하지 않고 조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후단 경합범의 형을 감경할 때 형법 55조 1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는 취지다. 재판부는 “처단형은 선고형의 최종 기준으로 법률에 따라 범위를 엄격하게 정해야 한다”며 “별도의 명시적 규정이 없는 이상 법에서 열거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감경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형법 39조 1항에서 정한 감경도 당연히 법률상 감경에 해당한다”며 “후단 경합범을 감경할 때도 형법 55조 1항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또 “입법 과정에서 후단 경합범의 경우 형법 55조가 정한 한도 이하로 감경할 수 있게 해 하한을 없애자는 수정제안이 있었지만 결국 채택되지 않았다”며 “입법자도 후단 경합범 감경을 일반 법률상 감경으로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경만으로 형평에 맞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보이면 형을 면제하면 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다만 김재형·안철상·김선수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형법 39조는 55조 적용을 받지 않는 별도의 형평수단으로 봐야 한다”며 “후단 경합범에게 55조를 적용할 경우 뜻하지 않은 불이익이 나타나고, 피고인 책임에 합당한 형을 선고할 수 없어 매우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이기택 대법관도 “감경과 면제를 단일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면제에 의해 처단형 하한은 0이 된다”며 “감경이나 면제를 분절적으로 이해하면 처단형의 공백이 생겨 적정한 형의 범위를 정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