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경찰청 정보국·수사국 등 압수수색
경찰 "순서 잘못…피해자를 왜 먼저 수사하나"
"컴퓨터 등 이미 교체…압수수색 필요성 의심"
"임의제출도 가능할텐데 굳이 강제수사 의문"
‘김학의 수사단’이 18일 경찰청 정보국 등을 전격 압수수색 중인 가운데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의 취지는 당시 청와대 측 외압 행사 의혹 수사의 일환인데, 수사단이 의혹 당사자들이 아닌 피해자로 볼 수 있는 경찰부터 ‘조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망신주기 수사”라는 반응도 나온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이날 검사와 수사관 등 30여명을 투입해 경찰청 정보국과 수사국, 서초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 중이다.
오전에 시작된 압수수색은 오후까지 계속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단의 수사 순서가 잘못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A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은 한참 잘못됐다”며 “경찰 망신주기 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A경찰은 “이번 사건은 김학의 수사에 대한 청와대 압력 의혹을 살펴보는 것이고,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경찰은 피해자”라며 “그런데 피해자를 먼저 압수수색하는 경우가 있나. 자료 협조 요청을 우선 하는게 순서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김학의 (경찰) 수사 때 체포영장을 기각한 건 검찰”이라며 “그렇다면 당시 이를 수사했던 검사실을 먼저 압수수색해야 한다. 적어도 수사기관에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는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이나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부터 (수사를) 해야하는 거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B경찰도 “당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검찰 수사팀 지휘라인에 대한 수사가 선행된 후, 경찰청을 수색한다든가 해야하는데 앞뒤 순서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압수수색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B경찰은 “지금 정보국과 수사국 등의 컴퓨터들은 모두 교체돼 (김학의 사건이 불거진) 2013년 자료는 없는 상황”이라며 “당시 첩보 및 동영상 입수 경위 등을 밝히는 데 있어서 지금 압수수색이 필요한지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부는 이른바 경찰의 ‘심장부’라 불리는 정보국 등이 수차례 압수수색 대상이 된 데 대한 불쾌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C경찰은 “영장 발부 사유를 봐야 정확히 말할 수 있겠다”면서도 “임의제출을 요청할 수도 있었을텐데 굳이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를 진행했어야 했나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사단은 경찰청과 대통령 기록관을 압수수색해 과거 김학의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사이 불거진 ‘별장 성범죄’ 의혹 관련 기록 등을 확보할 방침이다.
특히 경찰청 압수수색을 통해 경찰이 김 전 차관 관련 성범죄 의혹을 언제 인지했고, 어떻게 관리했는지 등을 살펴 ‘별장 성범죄’ 의혹을 불거지게 한 동영상 확보 시기 및 유포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과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수사 당시 외압 및 첩보단계에서의 보고 여부를 놓고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경찰은 당시 청와대로부터 사실상 수사 외압을 받았고 내사 전 첩보 단계에서부터 해당 의혹을 이미 청와대 측에 보고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곽 의원 등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경찰이 ‘내사하고 있지 않다’며 허위보고를 했었다”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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