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의도적 무마 없어…공교로운 상황 겹친 결과”
수사 한 달 만에 최종훈 입막음만 송치…수사 마무리
FT아일랜드 전 멤버 가수 최종훈씨(29)가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이 보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에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의도적인 음주운전 보도 무마는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음주운전 보도 무마 의혹은 ‘버닝썬 게이트’로 거론된 Δ서울 성동경찰서의 가수 정준영(30) 불법촬영 사건 부실수사 의혹 Δ몽키뮤지엄 식품위생법 위반 수사상황을 알아봐줬다는 의혹 Δ서울 강남경찰서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사건 무마 의혹 등과 함께 ‘경찰 유착 의혹’의 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8일 보도가 의도적으로 무마된 것이 아니고 이와 관련된 경찰관 유착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의혹의 핵심은 ‘연예인인 최씨가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보고됐는지’ 였다. 통상 연예인 등 유명인이 음주운전을 한 경우 관할 지방경찰청에 보고가 올라가는데, 최씨의 음주운전 사실은 보도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최씨를 봐주려는 의도로 보고가 누락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밖에도 경찰 조사에서 최씨의 직업이 연예인이 아닌 ‘무직’으로 기재된 점, 담당 경찰관이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생일축하 메시지를 전한 점 등이 이 같은 의혹에 불을 지폈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는 여러 가지 공교로운 일이 겹치며 벌어진 결과다. 결국 경찰관 유착과 관련해 각종 의혹을 무성하게 낳은 이번 사건은 음주운전 단속 경찰관에 200만원을 주면서 입막음을 하려던 최씨만이 검찰에 송치되면서 한 달여 만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최씨 연예인이라는 사실 보고돼…경찰 휴대폰 확인“
최씨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이 보고되지 않았다면 이는 특혜로 의심할 만한 일이지만 경찰은 ”정황상 지방청(서울지방경창청)에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연예인이라고 해서 보고를 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며 ‘유명 연예인’의 경우 보고하라고 돼 있어 기준이 주관적“이라며 ”보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용산경찰서 교통과 과장의 휴대폰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과장의 휴대폰에서는 그가 카카오톡 메시지로 최씨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보고한 기록이 확인됐다. 다만 이를 보여주는 시스템상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전산으로 보고한 기록 내역은 서버 용량상 1년이 지나면 사라진다“며 ”사건이 3년이 지난 만큼 시스템상의 기록은 없었지만 과장의 휴대폰에서 보고 기록이 남아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보고가 통상대로 올라갔으니 특별히 사정을 봐준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종훈 ‘무직’ 기록은 잘못…입건할 사항은 아냐“
최씨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이 보고되기는 했지만 수사서류상에는 그가 연예인이 아닌 ‘무직’으로 기록돼 있었다는 사실도 최씨의 사정을 봐준 것이라는 의심을 더했다.
경찰은 ”당시 사건 담당자는 연예인인 것을 알면서도 최씨의 진술에 따라 ‘무직’이라고 받아적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알면서도 진술대로 기재한 것은 잘못된 부분인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최씨도 경찰 조사에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연예인이라고 하지 않고 무직이거나 학생이라고 했을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잘못된 부분이니 (담당 조사관에)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정식 입건할 사항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최씨에 ‘생일축하’ 의심…”하필 생일에 고객만족도 조사“
가장 의심이 짙어졌던 대목은 최씨가 음주운전 건으로 검찰에 송치되던 2016년 3월7일 경찰이 최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생일축하 메시지를 전했다는 부분이었다.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의 생일을 챙겨준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이는 공교로운 우연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전 년에 용산경찰서 교통과가 서울시내 31개 경찰서 중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최하위를 기록했고, 이에 따라 조사받은 사람들에게 만족도 향상을 위해 전화를 거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당시 교통사고조사계 계장이 전화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봤다“며 ”통화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았지만 당시 최씨와 비슷한 상황에서 조사를 받은 다른 음주운전 피의자들 중 비슷한 전화를 받은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인 명단을 놓고 전화를 돌리던 중 하필 최씨에게 전화를 한 날이 (최씨 생일인) 3월7일이었던 것“이라며 ”민원인에게 호감을 끌어내려는 절차이므로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했을 것이란 계장의 진술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당시 전화를 한 것으로 보이는 계장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 이런 전화를 돌리는 일이었다’고 진술했다“며 ”일상적인 업무패턴이었고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을 봤을 때도 조금의 편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윤 총경·유인석 유착도 없다“…용두사미 결론
아울러 경찰은 ”(이른바 ‘승리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윤모 총경이나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34) 및 기획사 등과 경찰 측이 통화한 내역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고의적 무마가 없었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남파출소 팀 전체 직원 16명의 계좌를 모두 확인했고, 관련자들의 통화내역도 다 살폈다“며 ”특히 지휘·보고선상에 있는 당시 용산경찰서 서장과 교통과장은 휴대폰 포렌식을 통해 통화내역과 문자 및 카카오톡을 전부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총경과 유 대표가 수사지휘선상에 있던 사람들과 연결·유착돼 있다는 정황도 전혀 없었다“며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팀장에게 ‘언론보도 무마 관련 내용을 받은 게 있냐’는 내용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한 결과 (팀장의 말에) 진실 반응이 나왔다“고도 했다.
경찰은 승리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유 대표가) 돈을 많이 써서 음주운전 건을 막아줬다’는 식으로 말을 한 부분과 관해서도 ”관련 계좌를 추적하고 해당 대화방 참여자 8명 모두를 불러 확인한 결과 금품이 오간 정황이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파출소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같이 술을 마시던 유 대표가 파출소에 찾아왔다“며 ”유 대표가 (최씨가) FT아일랜드 멤버이고 연예인인데 빨리 나갈 방법이 없냐고 문의했었다“고 밝혔다.
최씨는 ‘승리 단톡방’에서 수갑을 찬 경험을 언급하며 ”꽤 아팠다, 크롬하츠(명품 장신구 브랜드) 안 차본 사람은 말도 말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이번 의혹은 최씨와 승리 및 유 대표의 철없는 허세가 키운 일이었던 것으로 결론나며 용두사미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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