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경남 진주시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으로 함께 살던 사촌동생을 잃은 염모 양(18)은 이날 밤 환청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화재경보 소리를 듣고 사촌동생 금모 양(12), 이모(41)와 함께 계단으로 대피하던 염 양은 방화살인 피의자 안인득 씨가 휘두른 흉기에 사촌동생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봤다. 염 양은 이날 밤 귀에 손을 댔다 뗐다 하면서 “이게 진짜야? 이게 현실이야?”라고 아버지에게 물었다고 한다. 염 양의 아버지는 “둔기로 사람을 치는 소리,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며 울어서 수면제를 먹여 겨우 재웠다”고 말했다. 염 양은 아버지에게 “동생 목소리가 자꾸 들려. 계단으로 내려가 구해줬어야 했는데 못 구해줬어”라며 밤새 울었다고 한다.
아비규환의 대피 상황을 겪은 아파트 주민 대부분은 ‘나만 살았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있다. 안 씨와 같은 동 7층에 거주하는 이모 씨(56)는 한 여성이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듣고 문을 열었다가 연기가 올라오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대피했다. 1층 입구에는 피를 흘리는 주민이 온몸을 떨며 웅크리고 있었다고 한다. 이 씨는 1층 입구에 있던 주민을 부축해 구해주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2층 여성 주민 A 씨는 사건 당일 오전 4시 반경 초인종 소리에 현관문을 열었다가 복도의 혈흔을 보고 급히 문을 닫았다. A 씨는 초인종을 눌렀던 사람이 숨진 최모 씨(19·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A 씨는 “최 씨가 우리 층에서 발견됐다고 하더라. 문 뒤까지 살폈어야 하나 싶은 생각에 살 수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경남지방경찰청은 경찰관 30명을 배치해 피해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1차 심리상담을 진행한 뒤 심층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피해자는 전문 심리상담 기관으로 연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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