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바다서 올들어 최대규모 4.3 지진
강릉-삼척 등 “3,4초간 흔들”… 수업하던 학생들 운동장 대피
서울-대전서도 감지 135건 신고
지자체 문자 늑장발송에 주민 분통, 다행히 인명-재산 피해는 없어
19일 강원도 앞 동해 바다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다. 동해와 강릉, 삼척, 양양 등에서는 시민들이 큰 흔들림을 느꼈지만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는 없었다. 지진 발생 직후 각 시군이 재난문자를 발송했으나 지진이 나고 53분이 지나 문자를 보낸 지자체도 있어 ‘늑장 발송’ 논란이 일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6분경 강원 동해시 북동쪽 54km 해역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후 오후 7시까지 1.6∼1.9 규모의 여진이 네 차례 더 발생했다. 다행히 지진으로 인한 지진해일(쓰나미)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지진은 1978년 국내 지진 관측 이래 28번째로 큰 규모다. 가장 위협적인 지진은 2017년 11월 경북 포항(규모 5.4)에서 일어났다. 강원도에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건 2007년 1월 20일(평창군 북동쪽 39km 지역·규모 4.8)이후 12년 만이다.
이날 지진으로 ‘땅이 흔들렸다’는 신고는 135건이 접수됐다. 강원이 95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10건, 충북과 서울 각 9건, 경북 7건, 대전 3건, 인천 2건 등이었다. 흔들림 정도를 의미하는 최대 진도(상대적 강도)는 동해와 강릉 인근이 4로 나타났다. 최대 진도는 1∼10으로 표시되며, 숫자가 높을수록 강도가 세다.
동해와 강릉에선 상당수 시민이 3, 4초간 흔들림을 느꼈다. 지상 18층인 강릉시청도 크게 흔들려 직원들이 업무를 멈추고 대피 준비를 하기도 했다. 강릉시청 한 직원은 “최근 산불 피해를 겪었는데 지진까지 났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고 말했다. 강릉 경포초등학교는 땅이 흔들리자 학생들을 책상 밑으로 피하게 한 뒤 진동이 멈춘 것을 확인하고 학생 830여 명을 모두 운동장으로 대피시켰다. 동해 중앙초, 묵호중, 예람중과 속초 해랑중 등에서도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이날 기상청이 일괄적으로 보내는 긴급재난문자는 발송되지 않았다. 긴급재난문자 송출 기준에 따르면 해역에서 규모 4.0 이상 4.5 미만의 지진 발생 시 반경 50km 안에 있는 광역단체에 최초 관측 이후 100초 이내에 재난문자를 보내도록 돼 있다. 이번 지진은 진앙과 가장 가까운 동해시가 54km 떨어져 있어 긴급재난문자 송출 기준을 넘어섰다.
그 대신 각 기초단체가 자체적으로 재난문자를 보냈다. 삼척시는 지진 발생 13분 뒤인 오전 11시 29분에, 강릉시는 21분이 지난 오전 11시 37분에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반면 고성군은 지진 발생 53분 후인 낮 12시 9분에 ‘여진 대비 및 해안가 접근을 자제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진앙과 가장 가까운 동해시에서도 재난문자가 지진 발생 38분 뒤인 11시 54분에야 발송됐다. 이를 두고 일부 주민들은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진 발생 사실을 안 뒤에야 재난문자가 왔다”며 “재난문자만 믿다가는 큰일 날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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