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나 검사 등으로 공직에서 근무하다 변호사 개업을 한 전국의 ‘공직퇴임 변호사’(이른바 ‘전관 변호사’)가 지난해 수임한 사건이 같은 기간 서울에서 활동한 변호사의 평균 3배가량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동아일보가 법조윤리협의회를 통해 확보한 2012∼2018년 전국의 공직퇴임 변호사 사건 수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14명이 평균 42.1건을 수임했다. 이는 지난해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1만5900명의 평균수임 건수 14.4건의 2.9배다. 2012년 1.6배였던 격차가 매년 벌어져 6년 만에 3배가량으로 늘어났다.
소위 ‘전관예우 불패’ 현상이 갈수록 심화된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통계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공직퇴임 변호사의 수임 실태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관예우 근절 등을 위해 2007년 7월 출범한 법조윤리협의회는 매년 2차례 대형 로펌 소속 등 모든 공직퇴임 변호사의 수임 현황을 각 지방변호사회에서 보고받고 있다.
이 같은 수임 격차는 2012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처음 배출된 이후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사건 수임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공직퇴임 변호사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은 결과다. 상대적인 호황을 누린 것이다.
2012년 평균 28건이었던 서울 변호사들의 수임 건수는 지난해 절반 정도로 줄었다. 반면 공직퇴임 변호사들은 같은 기간 2013년만 제외하곤 매년 평균 40건 이상을 수임했다. 법조계에선 지방변호사회 신고 대상이 아닌 수임료의 격차는 10배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직퇴임 변호사는 2012년 768명에서 3년 동안 줄다가 2016년부터 약 100명씩 늘어 지난해 914명이 됐다. 올해는 1000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법조윤리협의회 하창우 위원장은 “2012년부터 7년간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변호사법을 6차례 개정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 2016년 법조 전관 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가 터진 뒤에도 공직퇴임 변호사들이 여전히 많은 사건을 수임하고 있는 통계가 그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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