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환자 1000명당 42명 ‘역대 최고’
작년 처음 유행후 올봄 2차 절정… 일부 어린이집-유치원 임시휴업도
서울 동작구에 사는 황모 씨(38)는 7세, 4세인 두 자녀를 지난 한 주간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나란히 인플루엔자(독감)에 걸려 열이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에도 기침을 하는 아이들이 대기실을 가득 메워 치료제를 처방받는 데만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봄 독감 유행세가 심상치 않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달 7∼13일 전국 표본감시 의원 2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가 42.1명으로, 전주(32.2명)보다 10명 가까이 늘어났다고 24일 밝혔다. 독감 감시를 시작한 2004년 이래 4월 의심환자가 40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6년 4월 첫째 주(32명)였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집단으로 생활하는 영유아와 초중고교생 사이에서 독감 유행이 특히 심하다. 7∼12세 독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127.5명으로 독감 유행이 절정이던 지난해 12월 둘째 주(112.3명)보다 많다. 13∼18세에선 88.3명, 1∼6세에선 50.4명이었다. 용산구 I유치원은 최근 학부모 운영위원회를 열고 4월로는 이례적으로 22, 23일 이틀간 부분 휴업을 했다. 부산 J어린이집에선 보육교사까지 독감에 걸려 자가 격리를 실시했다.
독감 바이러스는 환자의 침방울로 전파된다. 이 때문에 통상 12월경 한 차례 크게 유행한 뒤 초중고교 방학이 시작되면 잠잠해졌다가 개학철에 다시 유행하는 패턴을 보인다. 하지만 올해처럼 유행곡선이 쌍봉낙타 모양을 그릴 정도로 개학 이후 다시 대유행을 맞은 적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독감 유행을 앞두고 늦가을에 접종한 독감 백신의 항체가 봄이 되자 기운을 잃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시점은 11월 16일로, 신종플루가 발생한 2010년(10월 1일) 이후 가장 빨랐다. 최근 5년간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시점은 2015년 1월 22일에서 2017년 12월 1일로 점차 앞당겨졌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독감 백신의 항체가 6개월 이상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지금 백신을 다시 맞을 것을 권하지 않고 있다. 항체 형성에 2, 3주가 걸리는 데다 두 차례 접종이 과연 효과적인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보다 △환자와 접촉하지 않고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으며 △증상 발생 후 5일, 해열제 없이 체온 회복 후 48시간까지 등교하지 않는 예방수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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