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적대는 초등학교 ‘생존수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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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확대에 곳곳서 잡음

“이달 중에 등록 안 하면 다음 달부터는 등록 못 해요.”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 씨(42·여)는 최근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을 수영 학원에 등록시켰다. 아들이 물을 무서워해 미리 수영을 배우지 않으면 올해 2학기에 시작하는 생존수영 수업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김 씨는 “아직 4월인데도 강의 시간별로 남는 자리가 거의 없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생존수영 교육을 초교 2∼6학년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영 교육을 할 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적용 대상만 늘리다 보니 ‘수영 사교육’에 나서야 하는 등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생존수영 교육의 학년 확대뿐 아니라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존수영 교육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교육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해에는 초교 3학년만 대상이었다. 이를 지난해에 초교 3∼6학년으로, 올해는 2∼6학년으로 확대했다. 2020년에는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하지만 지난해 생존수영 수업 대상 3∼6학년 학생 중 실제 생존수영 수업을 들은 학생은 전체의 57%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상당수 학부모들은 생존수영 수업이 실제 수중 조난 사고 시 생존 능력을 키워주는지에 의문을 표시한다. 교육부가 발간한 ‘초등 생존수영 교육 운영 매뉴얼’에 따르면 수업시간은 연간 10시간에 불과하다. 그나마 생존수영은 4시간이다. 나머지 6시간은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등 영법(泳法)을 가르치도록 권고한다.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학부모 양모 씨(39·여)는 “6시간 안에 영법을 배운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결국 진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미리 수영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수영 수업을 진행할 인력과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수영과 생존수영은 전혀 달라 생존수영을 가르치려면 별도의 자격증과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교육부는 수상구조사나 해양구조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을 강사로 채용하라는 지침만 줬을 뿐 실제 학교에서 누가 생존수영을 가르치는지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생존수영 수업이 매뉴얼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발간한 ‘초등학교 수영 교육 매뉴얼’에 따르면 생존수영의 1단계는 ‘물과 친해지기’로 벽 잡고 이동하기, 빨대로 공기 방울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해야 한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이모 씨(41·여)는 “지난해 아들의 생존수영 수업을 참관했는데, 처음부터 바로 페트병을 이용해 물에 뜨는 방법부터 가르쳤다”고 말했다.

또 서울 지역 학교 중 수영장을 갖춘 곳은 전체 604곳 중 37곳에 불과하다. 수영장이 없는 학교는 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실내수영장에서 강습을 진행하거나 사설 수영장을 빌려야 한다. 하지만 농어촌 학교는 이마저도 힘든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생존수영 교육을 질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공립 초중고교의 수영장 확보율이 60%에 이른다. 또 처음 물을 접하는 아이들을 위해 초등 1학년부터 물속에 얼굴을 넣는 법부터 순차적으로 가르친다. 인하대 체육교육학과 조미혜 교수는 “지방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운동장에 간이 수영장을 설치하는 사업을 확대해 생존수영 교육의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생존수영 교육#초등학교#수영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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