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규명 못해 책임자 처벌도 어려워
KT측 관리 태만 정황…법령 개정 및 관리체계 개선 권고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KT 아현지사에서 화재가 발생,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2018.11.24/뉴스1 © News1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대원 등이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18.11.26/뉴스1 © News1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IPTV·인터넷·전화·카드결제 불능 등 통신장애로 인한 피해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KT매장에 통신장애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18.11.25/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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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통신대란’을 불러온 KT 아현지사 화재에 대해 5개월 간 내사를 벌여온 경찰이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내사를 종결한다. 현장이 상당부분 훼손돼 검증 가능한 화재원인을 밝힐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내사를 진행한 결과, “화재가 10시간가량 이어져 통신구내부가 심하게 불에 타 없어진 탓에 구체적 발화지점을 한정하지 못함에 따라 과학적으로 검증가능한 발화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30일 밝혔다.
화재원인을 규명해내지 못해 책임자 처벌도 어려워졌다. 경찰은 최초신고자, KT근무자, 일용직 노동자 등 25명에 대해 참고인조사를 벌였지만 단 한 명도 입건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통신구관리 부실 정황이 나타난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며 “화재 원인과 근무태만 간 연관성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24일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10여 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통신구 112m구간 중 약 79m가 불에 탔다.
서울 중구·마포·서대문구로 통하는 유무선 케이블 16만8000회선과 광케이블 220 묶음에 불이 붙으면서 KT추산 489억원의 피해가 났으며, 서울 서부지역 일대 통신과 금융이 일시에 마비되는 ‘통신대란’이 빚어졌다.
◇5개월 내사 벌였지만 ‘빈손’…“발화원인·지점 한정 어렵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13명 규모의 수사전담반을 꾸리고 발화원인에 대해 내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한전,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 참여 하에 화재현장조사 3회, 합동회의를 2회 실시했다.
경찰은 “방화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폐쇄회로(CC)TV 상 출입자가 통신구 내에 출입한 사실이 없고 간이유증검사, 연소잔류물에 대한 인화성물질 확인시험 결과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했을 때 방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재 당일 통신구 내 작업이나 작업자가 없었던 점, 화재현장에서 담배꽁초 등 발화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사람에 의한 실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고 기타 원인에 의한 실화여부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법안전감정서를 통해 “화재 현장 통신구는 맨홀지점 주변과 집수정 방향 주연소 지점의 끝부분 사이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소방보고서에서 유력한 발화점으로 지목된 ‘환풍기 제어반’ 역시, 해당 구간에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국과수는 “통신구 내부의 전기적 원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통신구의 심한 연소변형으로 구체적인 발화지점 한정 및 발화원인 논단은 불가하다”는 의견을 냈다.
경찰은 최초목격자이자 신고자 A씨(57)를 비롯해, KT아현지사 지하통신구 관리자 등 25명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도 진행했다. 조사 결과, 화재 발생 당일인 지하 1층 통신구 내 작업이나 출입자는 없었으며, 전날 오전 일용직 노동자들이 단순 포선작업을 진행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다만 통신구 관리자가 통신구 작업시 늘 작업자를 안내하고, 작업을 참관해야함에도 관리를 태만하게 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케이블 담당부서 책임자 1명에 대해 KT측에 이 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통보하기로 했다.
◇민생 피해 컸는데 점검 대상에서는 전부 빠져있어…제도개선 건의
경찰은 관련 법규 검토를 진행하고, 내사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개선을 건의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KT아현지사 지하통신구는 소방기본법상 특별소방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적용 대상 지하구는 폭 1.8m이상, 높이 2m이상, 길이 500m이상이어야 하는데 KT아현지사 지하통신구는 폭 2m, 넓이 2.3m, 길이 112m로 길이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통신구는 통신선만 매설된 지하구로, 전기·가스 등과 공동수용된 것이 아니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공동구 관리자의 안전점검 대상에서도 빠졌다.
KT아현지사는 지난 2015년 원효지사와 통합돼 감독 행정관청의 관리를 받아야할 C등급시설이 됐으나, 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D등급으로 자체관리한 사실이 내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이에 대해 KT에 시정명령을 내렸고 현재 C등급으로 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법규위반에 대한 시정조치가 완료됐기 때문에 별도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며 “KT가 화재 전에 등급을 조정하고 통보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조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시설기준을 변경할 때 감독 행정관청에 즉시 보고하는 등 적시성 있는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 개선을 관계 부처에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 관계자는 “법상 관리등급의 범위에 구애됨이 없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통신시설임을 감안해 Δ통신구 내 스프링쿨러 설치 같은 재난대비시설 보완 ΔCCTV 설치 등 시설보안 강화 Δ현장 화재 대응 매뉴얼 개선 등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현 서울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관 역시 “통신구가 점검 대상에 빠져있던 것과 관련해 소방청 수준에서 법령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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