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귀금속상 ‘먹튀’ 피해자 더 있었다…공범도 존재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1일 07시 08분


인근 거래처 귀금속 받고 돈지불 안해
사실혼 관계 여성과 조카도 공범 혐의
"허위 실종신고, 은신처 제공 혐의 등"
피핵 금액은 20억서 36억으로 늘어나
주범 "귀금속 분실했다"…은닉 가능성

지난 3월 말 서울 종로구의 귀금속 거리의 소매업자 손모(41)씨는 인근 상인들로부터 다이아 등 대량의 귀금속을 외상으로 건네받고 잠적했다. 인근 도매업자들에게 “물건을 대신 팔아주겠다”며 위탁거래를 맡는 게 업계 관행이었던 탓에 손씨로부터 피해를 받은 상인들은 적지 않았다.

10여년 넘게 업계에서 일하며 신뢰도를 쌓았던 손씨가 한순간 사라지자 피해 상인들은 지난달 4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손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 사이에선 “홍콩으로 갔을 거다”, “인도에 있다” 등의 소문이 무성했다. 이처럼 ‘한탕’을 벌이고 잠적하는 사건이 업계 내에서 드문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씨는 지난달 22일 경기도에서 검거됐다. 판교 인근의 은신처였다. 당초 손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 이들은 13명, 피해액은 20억원 가량이었으나 검거후 고소인은 17명, 피해 대금은 36억원으로 늘어났다.

손씨 조사 과정에서 그의 은신을 도운 일당들이 추가로 입건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은 다름 아닌 손씨와 사실혼 관계인 김모씨와 김씨의 이종사촌 조카인 강모씨였다.

김씨는 지난 3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손씨 실종신고를 접수한 바 있다. 그런데 이것이 손씨의 잠적으로 인한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해, 거래처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김씨 역시 손씨를 도와 귀금속 업계에서 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손씨 회사에서 경리로 근무했던 강씨는 차명으로 호텔을 예약해 손씨를 숨겨주고 도피처로 지낼 수 있는 오피스텔을 제공한 장본인이었다.

손씨는 자신이 벌여놓은 사업이 힘들어지자 범행을 벌였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는 조사에서 “다이아를 잃어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일부 다이아 등 귀금속은 위탁거래를 하며 쌓인 채무관계를 정산하기 위해 손씨가 전당포 등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손씨가 대표로 있는 A사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귀금속과 의류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제품 일부는 백화점에 입점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역시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귀금속 매장을 따로 운영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오전 사기 혐의로 구속된 귀금속 소매업자 손씨를 검찰에 넘겼다. 김씨는 위계상 공무집행방해(허위신고) 혐의로, 강씨는 범인 도피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잠적한 손씨에게 자신이 운영하던 귀금속 매장의 물건과 차명 휴대전화를 KTX를 통해 보내고 서로 연락한 점과 강씨가 은신처를 제공한 점 등에 미뤄봤을 때 사전에 계획된 범죄인 것 같다”며 “손씨가 잃어버렸다고 주장한 귀금속 가치도 10억원에서 이후 3억5000만원으로 줄어든 사실 등을 보면 물건을 어딘가 은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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