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전북 전주시의 한 자택. 생후 50일 된 A 양의 울음소리가 자지러질 듯 터졌다. 친모 B 씨(25·여)가 딸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허벅지 뼈와 쇄골 등이 부러져 있었고, 병원에 데려가니 전치 15주의 중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알고 보니 집에서 잠깐 잠든 사이 친부 C 씨(25)가 저지른 학대였다. C 씨는 갑작스러운 결혼과 육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C 씨는 지난달 30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확정받았다.
해마다 늘고 있는 아동학대 건수 가운데 ‘부모에 의한 학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7년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2만2367건으로, 2001년의 2105건에 비해 10배 가량으로 증가했다. 이는 아동학대 사건이 언론을 통해 꾸준히 알려지면서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신고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아동학대 가해자 중에는 부모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17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2만2367건 중 76.8%인 1만7177건이 부모(양부모 포함)에 의한 학대로 밝혀졌다. 이 중에서 친부모의 학대 비율이 1만6386건(73.3%)으로 가장 높았다. 교사·베이비시터 등 대리양육자에 의한 학대가 14.9%(3343건)로 부모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친인척 4.8%(1067건), 타인 1.3%(294건) 순으로 나타났다.
부모에 의한 학대는 부모가 아동 양육에 대해 잘 모를 때 받게 되는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의사소통을 배우는 과정에서 떼를 쓰거나 우는 경우가 있는데, 그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다 화를 내는 과정에서 학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부모가 됐을 때 아이들에게 양육 스트레스를 전가하는 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아동학대가 발견된 뒤 또다시 학대가 이뤄지는 ‘재학대’ 역시 부모가 가장 많이 저질렀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아동학대 사례 대비 재학대 비율은 9.7%로, 열 명 중 한 명은 아동학대를 당한 뒤 재학대를 경험했다. 그런데 재학대 사례 총 2160건 중 95%인 2053건이 부모에 의해 벌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동학대를 경험한 피해 아동이 제대로 분리 조치를 받지 못하고 원래의 가정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아동학대로 판단된 뒤 처음으로 피해아동에게 취해지는 초기 조치의 유형은 ‘원가정 보호’가 1만8104건(80.9%)으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아이들이 가정에서 쉽게 분리되지 못하는 이유는 아동학대예방사업의 궁극적 목적이 ‘가족 보존’에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피해 아동을 학대 부모로부터 분리해 보호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7년에는 전국에 있는 57개의 학대피해아동쉼터가 보호한 아동의 수는 973명에 불과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연구원은 “우리나라에는 아동보호기관도 부족하고 학대 아동을 맡아 보호하는 위탁가정도 적다”며 “쉼터나 보호시설 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학대 아동 위탁이 늘어나도록 정부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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