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섬’으로 유명한 경남 통영시 홍도(鴻島)에 서식하는 괭이갈매기의 번식 시기가 16년 동안 10일이나 빨라졌다. 또 제주도에만 자라던 아열대식물 ‘고깔닭의장풀’이 홍도에서 발견되면서 지구온난화가 한려해상국립공원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립공원공단은 홍도에 사는 괭이갈매기를 관찰한 결과 지난달 1일 첫 번식을 시작했다고 6일 밝혔다. 괭이갈매기의 첫 번식일은 2003년 4월 11일, 2014년 4월 7일, 지난해는 4월 2일로 포착됐다. 2000년대 초반에 비해 10일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공단 연구진은 그 이유를 ‘기후 변화’로 추정했다. 홍도의 연평균 기온은 1970년대 13.8도에서 2010년대 14.8도로 평균 1도 상승했다. 괭이갈매기는 유인도에서 살다 날이 따뜻해지면 이를 번식기로 인식하고 안전하게 알을 낳을 수 있는 무인도인 ‘홍도’로 온다. 홍도에 돌아와 머무는 때를 번식기로 추정하는데, 기온이 올라가면서 그 시기가 빨라진 것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는 홍도에 사는 식물에서도 나타났다. 그간 제주도에서만 사는 것으로 알려진 열대식물인 ‘고깔닭의장풀’과 아열대 식물인 ‘선인장’이 홍도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바닷물도 따뜻해졌다. 홍도 인근에 있는 거제도의 연평균 바닷물 온도는 1970년대 17.9도에서 2010년대 들어선 18.5도로 올라갔다. 홍도 앞바다에 사는 어류를 조사해보니 29종 중 범돔, 아홉동가리 등 아열대성 어종이 절반 이상인 16종을 차지했다.
오장근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장은 “기후 변화는 환경 변화뿐만 아니라 먹이사슬로 연결된 자연 생태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섬 생태계에 불균형이 생기는지를 계속 관측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후 변화는 계절의 길이에도 영향을 끼친다. 기상청이 서울 인천 부산 강릉 대구 목포 등 6개 지역의 기온을 분석한 결과 1910년대에 비해 2010년대 이후엔 여름의 시작이 1.66일 빨라졌고, 여름 기간은 2.72일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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