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 목숨 앗아간 제천 화재건물 17개월 만에 철거 시작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7일 14시 04분


이상천 제천시장 "지금도 늦은 것" …내달 10일까지 완료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참사 건물 철거가 본격화했다.

제천시는 7일 화재참사 현장에서 언론과 시민이 보는 앞에서 대형 크레인으로 소형 굴착기를 지상 38m, 건물 9층으로 들어 올린 뒤 에어컨 실외기와 H빔 구조물 해체를 시작으로 건물 철거에 착수했다.

시는 내달 10일까지 지하1층 지상9층 연면적 3813㎡ 건물 전체를 모두 철거할 계획이다. 철거 비용은 정부 교부세 등 15억8000만원이다.

굴착기가 지붕과 벽체, 기둥 등 각 층 구조물을 철거하면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방식이다. 소형 굴착기가 일부 구조물을 해체해 작업 반경을 확보하면 대형 굴착기를 교체 투입해 신속히 철거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월 법원 경매에 단독 응찰해 소유권을 확보한 시는 애초 이달까지 철거를 완료할 방침이었으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참사 1년여 만에 ‘제천화재 관련 평가 소위원회’(소위)를 구성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소위는 소방청을 통해 진상조사 협조 요청 공문을 지난 3월 말 시에 보냈었다. 사실상 철거를 미루라는 의미였지만 이를 ‘철거 보류’를 명문화하지는 않았다.

지난 3월 건물 철거를 위한 행정절차를 완료한 시는 지난달 1일 기자회견을 열어 “(같은 달)7일까지만 현장조사를 기다리겠다”며 소위를 압박했으나 소위는 구체적인 현장조사 계획 등 일정을 시에 통보하지 않고 있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국회에 충분한 시간을 줬다고 판단한다”며 “그런에도 (국회의)응답이 없는 것은 제천시의 의지대로 (철거를)하라는 의미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외부 영상기록과 수사자료 등만으로도 조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화재참사 건물은 하소동뿐만 아니라 제천시 전체에 영향을 주면서 시민 모두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고, 지금도 (철거가)늦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12월21일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지상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발화한 불로 2층 목욕탕에 있던 여성 18명이 숨지는 등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는 화재참사 건물 터에 총 130억원을 들여 시민복합문화타워를 지을 계획이다. 정부는 이 사업에 35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상태다.

뼈 아픈 생채기를 남긴 건물은 사라지게 됐지만 유족과 충북도의 위로금 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유족은 부실한 대응으로 화를 키운 소방지휘관들 처벌을 요구하고 있으나 도는 중징계 1명, 경징계 5명으로 처분을 마무리했다.

이 시장은 “소방관 처벌 변수로 합의가 안 됐었지만 조만간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제천시도 희생자들에 대한 예우를 갖출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도는 유족 측에 1인당 평균 2억원의 위로금을 제시했으나 지난 1월부터 양측의 대화는 중단된 상태다. 위로금은 도와 시가 절반씩 부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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