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특정정치인 관련 첩보를 수사기관에 이첩하게 했다고 폭로했다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10일 경찰에 피고소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전 수사관은 이날 오후 2시쯤 검은 정장을 입고 이동찬 변호사와 함께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수사관은 “직속상관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았고, 그걸 이야기했는데 이게 어떻게 허위이고 명예훼손이냐”며 “진실을 말하는 나의 입을 막기 위해 (청와대가) 고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수사관은 “이 전 특감반장이 백원우 전 청와대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첩보를 수사기관에 이첩하라고) 나에게 이야기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윤모 총경을 포함해 함께 대질조사를 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윤모 총경은 ‘승리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그는 클럽 바 ‘몽키뮤지엄’의 식품위생법 수사 상황을 알아봐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비롯, 유리홀딩스 관계자들에게 콘서트 티켓을 받고 함께 골프를 치거나 식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어 김 전 수사관은 ‘명예훼손 혐의를 방어할 근거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내용인지’를 묻는 질문에 “실제로 첩보가 이첩된 사실이 있기도 하고, 직접 경험한 사실이기 때문에 내 스스로가 증거”라고 대답했다.
청와대가 계속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 전 수사관은 “수사과정에서 인사권자, 민정라인을 수사한다는 게 쉽지 않고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집행이 어렵다”며 “그 부분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김 전 수사관을 인용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2017년 8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이 입수한 김무성·김기춘 첩보를 이인걸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에게 경찰에 이첩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백 전 비서관은 김 전 수사관과 조선일보 관계자들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 전 수사관은 전날 이동찬 변호사를 통해 “(백 전 비서관의 고소를)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근거가 있고, 저를 향한 고소는 명백한 무고이며 공익제보자를 향한 재갈물리기”라며 “거악과 거짓에 굴하지 않을 것이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 전 비서관이 청와대가 관여해서는 안 되는 해운회사 및 정치인 관련 사찰첩보를 이인걸 특감반장을 통해 저에게 부당하게 지시해 수사기관에 이첩하게 했다’는 내용이 (앞선 의혹 제기에) 포함돼 있었고, 이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신고해 공익신고자 지위도 인정받았다”고 했다.
김 전 수사관의 출석에 앞서 대한애국당 등 보수단체 회원들 20여명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 모여 ‘민간인 불법사찰 폭로 김태우 수사관 지켜내자’라는 팻말을 들고 “김태우 수사관 힘내라”고 연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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