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버스 대란을 막는 과정에서 정치권은 장기적으로 준공영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카드를 내놨다. 버스의 공공성 강화를 명분으로 한 방안이지만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울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방식을 그대로 전국으로 확대할 경우 자칫 혈세만 낭비할 수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광역지자체는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8곳이다. 특별시와 광역시가 아닌 곳에선 유일하게 경기도가 일부 광역버스에 도입했다. 준공영제는 운행 계획이나 노선, 운송 수익금 등은 공공이 관리하고 버스 운영은 민간 회사들이 맡는 방식이다. 지자체들은 버스회사의 기존 운행 대수 등은 인정해주고 수익은 공동 관리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돈이다. 2004년 준공영제를 최초로 도입한 서울시는 매년 3000억 원가량의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다. 서울시는 2012∼2017년 책정한 예산을 초과해 주지 못했던 지원금 약 2000억 원을 한꺼번에 지급하느라 지난해 지원금이 5402억 원까지 치솟았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들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 도입 결정권을 가진 지자체들이 난색을 표하는 만큼 준공영제가 전국으로 확대되기는 쉽지 않다.
현재 준공영제를 도입하지 않은 지자체도 버스회사의 적자를 지원하고는 있다. 순수하게 적자분만 지원하는 방식인데, 준공영제로 바뀌면 지원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수익금 공동관리 방식을 통해 원가에 적정이윤까지 더해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관내 유일하게 준공영제를 도입하려는 창원시가 작년에 적자 지원금으로 280억 원을 썼는데 준공영제로 바꾸면 비용이 약 2배로 뛸 것으로 추산된다”며 “창원은 그나마 큰 도시라 가능하지 중소도시들은 꿈도 못 꾼다”고 했다.
광역도의 경우 재정 여건이 열악한 시군이 함께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4월 일부 광역버스만 준공영제를 도입한 경기도는 참여한 14개 시군과 5 대 5로 지원금을 부담한다. 지난해 총 242억 원을 지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면허권을 개별 시군이 갖고 있는데 재정이 괜찮은 곳이 아니면 참여를 꺼린다”고 했다.
수익금 공동 관리 방식으로 적정 이윤까지 지원하는 한국의 준공영제는 해외에서는 보기 힘든 특수한 방식이라고 교통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재의 버스 체계는 과거 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이 발달하기 전 민간 회사들이 운수 면허를 받아 노선을 만드는 등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됐다. 기존 운행 대수는 인정해주고 지자체가 수익금만 공동 관리해 주는 방식이 된 이유다. 노선 조정이나 배차시간 등을 지자체가 조정할 수 있지만 버스회사가 소유한 버스 수를 줄일 수는 없어 한계가 있다.
하지만 현 방식으로는 밑 빠진 독에 혈세만 쏟아붓게 돼 제도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버스회사들의 방만 경영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실제 보조금 부당 수령, 채용 비리 등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는 경쟁 원리가 작동이 안 돼 비효율적 요소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제도 확산 전 근본적인 재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경쟁 요소를 도입하고 세금으로 재원을 부담하게 될 시민들의 감시·감독권을 만드는 등 투명성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영과 민영제 요소를 적절하게 섞은 다양한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전문가는 “예를 들어 경기도는 서울보다 승객 자체가 적고 낮 시간대 이용률도 낮은데 똑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잘되는 노선은 최대한 민간에 맡기고 관리가 필요한 노선만 공공이 관리하는 등 그 지역에 맞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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