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총장, 119대원 될래요” 20년 만에 개봉된 초등생 타임캡슐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17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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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참 좋아했습니다. 친구들을 도와 어려운 문제를 풀어낼 때면 뿌듯함도 컸습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이 싹튼 것도 그 무렵부터죠.”

전남 목포 용해초등학교 최현일(32·1999년 법성포초 6학년) 교사는 20년 전 타임캡슐로 묻은 ‘꿈과 우정의 약속카드’에 20년 후 나의 모습으로 ‘의사’라고 썼다. 그런 그는 지금은 자신의 타고난 장점과 성격을 십분 살려 초등교사로 지내고 있다.

“아픈 이들의 병을 고쳐주며 보람된 삶을 살고 싶다”던 그는 그러나 훗날 의사 대신 초등선생님이 돼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 교사의 ‘20년 성장스토리’는 영상다큐로 만들어져 타임캡슐 개봉행사장에서 상영됐다.

17일 오후 2시 담양군 가사문학면 전남도교육연수원. 20년 전 묻은 타임캡슐 개봉식이 열렸다. 같은 시각 경남 의령 경남학생교육원에서도 20년만에 타임캡슐이 개봉됐다.

이날 개봉된 약속카드는 1999년 5월26일 전남과 경남의 초등 어린이회장 1072명(전남 559, 경남 513)이 묻은 것으로, 이들은 카드에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혈액형, 자기소개, 장래희망, 20년 후의 나의 모습, 친구에게 바라는 글 등을 B5 크기 용지에 작성한 뒤 코팅했다.
약속카드에는 새천년을 앞둔 꿈과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최 교사처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에서부터 대통령, 축구선수, 아나운서, 과학자, 교사, 대학 교수, 법관, 검사, 디자이너, 가수 등 다양한 직업군을 장래희망으로 올려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119대원이 돼 어려운 일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고 싶다”는 아이, “UN사무총장이 돼 전쟁과 기아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이끌어가고 싶다”는 당찬 꿈을 가진 아이도 있었다.

또 “어른들이 말하는 지역감정을 우린 갖지 말자”, “이웃처럼 친하게 지내자” 는 성숙한 우정의 메시지도 담겼다.

전남 개봉행사에는 타임캡슐의 주인공 50여명이 참석했다. 20년 전 타임캡슐을 봉인한 장학사와 교육연구사 등도 참석했다. ‘화개장터’ 합창도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당시 전남과 경남의 약속카드 주인공인 최현일씨와 심주은씨는 20년 전 만들었던 약속카드를 낭독했고, 또 다른 주인공들은 20년 간 살아온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줘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장석웅 전남교육감은 “5·18 39주기를 하루 앞두고 전남과 경남의 청년들이 모여 20년전 약속인 타임캡슐을 개봉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상생과 협력으로 편가르지 않고 하나의 길을 향해 함께 손잡고 나갈 때 국가는 발전하고 민주주의는 꽃 피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영·호남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나누며 손에 손을 잡고 우정을 나누는 일이야말로 영·호남 화합을 넘어 대한민국의 화합의 발판”이라며 “앞으로도 영·호남 교육교류는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교육청은 이날 개봉한 타임캡슐과 약속카드를 전남과학교육원에 임시 보관한 뒤 (가칭)전남교육박물관으로 이관할 계획이며, 표지석은 전남교육연수원에 보관키로 했다.

전남교육청은 지난 4월 테스크포스(TF)팀을 꾸린 뒤 타임캡슐 개봉을 준비해왔으며, 공개적으로 당시 약속카드를 작성했던 주인공찾기에 나선 결과 300여명의 소재를 확인했다. 이들은 30대 초반의 성인이 돼 각계 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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