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 中유학생 5년새 2배로… “단기코스 만들어달라” 요구하기도
재정난 대학, 유혹 떨치기 어려워… 中측 “학위 믿어도 되나” 취지 항의
수도권 A대 대학원 입학처에 근무하는 이모 씨는 이달 초 한 남성의 방문을 받았다. 자신을 중국 대학 관계자로 소개한 이 남성은 “중국에는 박사를 따려는 석사 출신 교수가 많다. 한 번에 수십 명씩 대량으로 보내 줄 수 있다”며 “대학원 측에서 우리를 위한 단기 박사 코스를 따로 만들어 주겠느냐”고 타진했다. A대 관계자는 “박사를 취득하려는 석사 출신 중국인 교수들을 한국 대학과 연결해 주는 브로커로 보였다”고 전했다.
최근 박사 취득을 위해 한국 대학으로 오는 중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19일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박사과정 유학을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유학생은 총 3636명으로 2013년 1906명의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대학가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현재 중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석사 출신 교수다. 지난해 중국 교육부 통계를 보면 중국 내 교수는 총 163만여 명으로 이 가운데 40만 명(24%)가량만 박사고 나머지는 석사 이하 학위를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일류대학·일류학과 건설정책(쌍일류 정책)’ 등 대학교육 선진화에 박차를 가하자 교수들의 학위 수준을 높이려는 대학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박사 학위를 빨리 따려는 중국 측 수요와 등록금 수입이 절실한 한국 대학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학사 운영과 논문 심사가 비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늘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지방 C대는 중국인 박사 유학생들을 유치한 뒤 통상 4개월이 걸리는 한 학기 과정을 단 12일 만에 끝낼 수 있게 운영해 논란이 됐다. 이후 주한 중국대사관은 교육부 측에 “한국 학위를 신뢰해도 되느냐”는 취지의 항의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국내 대학의 수는 190여 개에 달하는데 학생 수는 자꾸 줄고, 등록금은 11년째 묶여 있다 보니 지방대는 물론이고 수도권 대학들도 재정 압박이 극심하다”며 “대학정책의 구조적 모순을 풀지 않으면 이 같은 ‘학위공장’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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