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흔(土痕)이란 이색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도예가 지산 이종능 선생(62·사진)이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전시회를 연다. 지산은 경남 진주로 유학하기 전 중고교까지 경주에서 마쳤다.
경주 전시회는 그의 도예 인생 35년 만에 처음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를 돌아다닌 이력에 비춰보면 의외다.
‘빛은 동방에서(The Dream from the East)―사랑과 자유, 평화, 행복 그리고 시작의 꿈을 꾸며’라는 주제의 전시회는 다음 달 10일까지 경주 보문단지 중도타워에서 열린다. 도예 인생 후반부 첫걸음을 자신의 출생지에서 준비하는 셈이다. 지산은 평소 “제 스승은 자애로운 어머니요, 천년고도 경주요, 대자연”이라고 말했다.
경주시와 한국수력원자력㈜이 후원하는 전시회에는 토흔 작품과 다기(茶器)를 비롯해 약 100점을 선보인다. 2007년 런던 대영박물관에서 전시한 ‘백색의 달항아리’ 계보를 잇는 작품도 볼 수 있다. 흙의 흔적이란 뜻의 토흔은 유약에 의존하던 기존 도자기와 달리 흙의 본래 색과 느낌을 간직하는 방식이다. “도예를 직업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영원한 길동무”라고 말하는 지산만의 도예법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다시 돌아온 지산이 반갑고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산의 경주 도예전이 문화유산의 우수성과 창의성을 떨치는 기폭제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평론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따뜻하고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든다. 생명을 만드는 창조주의 면모를 갖춘 이 시대의 소중한 장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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