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대림동 여자 경찰 사건’처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할 경우 테이저건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이 새로 마련됐다. 그동안 경찰의 물리력 사용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경찰관들이 인권 침해 등에 따른 책임 추궁을 우려해 현장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되면서 치안 역량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경찰청은 22일 경찰에 대한 위협 정도를 △순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 등 5단계로 나누고 단계별로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물리력 기준을 제시한 새 매뉴얼을 발표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경찰의 지시에 순응하면 최대 수갑까지, 지시를 거부하고 버티면 경찰봉과 방패를 사용해 밀거나 잡아당길 수 있다. 체포를 피해 달아나거나 경찰관에게 침을 뱉는 등 적극적 저항을 하면 상황에 따라 가스 분사기까지 쓸 수 있도록 했다.
주먹이나 발로 경찰을 때리는 ‘폭력적 공격’(4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경찰봉으로 가격하고 테이저건까지 쏠 수 있도록 했다. 총기나 흉기, 둔기 등 무기를 쓰거나 경찰관의 목을 조르는 등 ‘치명적 공격’(5단계)을 감행할 땐 경찰관의 판단에 따라 권총도 사용할 수 있다. 올해 1월 발생한 ‘암사동 흉기난동 사건’처럼 경찰관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면 상황에 따라 권총까지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경찰은 상대방의 위협 수준에 비례한 물리력 행사를 기본으로 하되 가능한 한 보다 덜 위험한 물리력을 우선적으로 사용해 상황을 안전하게 종료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복수 목적의 물리력 사용도 금지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6월부터 4개월간의 연구용역을 통해 초안을 만들고 공론화 과정과 인권영향평가를 거쳐 세부안을 다듬었다. 20일 열린 경찰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심의·의결된 이번 매뉴얼은 6개월간의 교육기간을 거쳐 11월부터 전국 경찰에 적용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매뉴얼을 통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물리력 사용 규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