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대책위 측 "병원 압력 제보 있어"
병원 측 "간호사들, 개별적 조사 거부"
'거부 안 했다'는 간호사 제보도 다수
2개월 조사 미진한 핵심 배경 추정
병원 측 "최대한 조사 협조하는 중"
일명 ‘태움’ 의혹이 제기돼 있는 서울의료원 고(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조사와 관련, 병원 측이 간호사들의 조사 참여에 압력을 넣었다는 내부 제보가 진상대책위에 들어온 것으로 24일 파악됐다.
또 ‘간호사들이 개별적으로 거부한 것’이라는 병원 입장과 달리, ‘조사를 거부한 적 없다’는 서 간호사 소속 병동의 내부 제보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대책위원회가 아닌 서 간호사 사건의 직접적인 조사를 맡고 있는 진상대책위에서 이같은 언급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진상대책위는 의료연대 등이 포함된 시민단체인 시민대책위와는 다른 조직으로, 서울시·1노조·2노조·유족 추천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진상대책위 활동은 지난 3월부터 두 달로 예정됐으나,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아 기한이 한 달 연장됐다. 진상대책위 발족을 이끌어낸 시민대책위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병원의 비협조로 조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진상대책위(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대책위에는 최근 서 간호사가 근무했던 102병동의 간호사들이 ‘조사에 응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압력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또 조사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해당 병동 간호사 다수의 제보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측이 102병동 간호사들이 심리적으로 힘들다며 ‘개별적으로’ 참여를 거부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대책위는 총 50명 가량인 102병동 간호사들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10명 정도만 인터뷰가 가능하고 나머지 40명은 ‘인터뷰 거부·휴가’라는 병원 측 통보를 받았다.
대책위 핵심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병원에서 다수 간호사들이 (인터뷰를) 거부했다고 하는데, 다수 간호사들이 거부 안 한 증거도 저희가 제보 받은 게 있다”면서 “카톡으로 캡처해서 보낸 것도 있다”고 밝혔다.
또 “묵시적·간접적으로 (인터뷰를) 거부하게끔 만드는, 이런 분위기가 있었다는 제보가 있다”면서 “10명 중에 2~3명 못하는 건 이해한다. 그런데 50명 중 40명이 거부 표시로 왔다는 건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사건 조사에 대한 시의 위촉을 받은 후 지난달 초 원장, 부원장 등 병원 주요 보직자들과 상견례를 했다. 당시 병원 측은 앞서 서울시 감사실 조사가 있었기 때문에 조사가 또 진행되면 102병동 간호사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이같은 병원 측 우려와 형평성 문제 등을 감안해 102병동 이외 다른 병동 2곳과 병원 간부들에 대한 조사를 먼저 진행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책위는 102병동 간호사 대부분이 인터뷰를 거부한다는 통보를 받아 이 병동 인터뷰 자체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는 현재 서울시 감사실 합동조사,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해 둔 상태다. 다른 병동에선 2~3명 정도를 빼곤 모두 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책위는 병원 측이 요청 자료를 부실한 상태로 전달했다고도 주장했다.
대책위 핵심 관계자는 “자료 요청도 60가지 정도 했는데 부실하게 온 게 많거나 분석할 수 없게 주거나 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 조사는 크게 인터뷰·자료·설문 조사 등 3가지로 진행되는데, 이중 인터뷰와 자료 조사 2개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어 온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사고가 아니라 자살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을 조사하는 등 심리적 부검을 해야 한다”며 “인터뷰를 안 해주면 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시장이 원활한 대책 마련을 위해 대책위에 위촉장을 줬다면 병원 측이 최대한 협조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간호사들에 대한 압력은 없었고, 조사에도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간호사들이 인터뷰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면, 병동 내 파트장 등 선임급 책임자들이 개인 의견을 전한 것일 수 있다는 해명을 내놨다.
병원 관계자는 “병동 가장 선임이라고 하더라도 병원 공식 의견을 전해주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 판단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거부 압력을 넣는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럴 순 없다”고 말했다.
서 간호사는 지난 1월 ‘병원 직원에게 조문도 받지말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같은 정황과 유족 증언 등이 더해지면서 서 간호사의 죽음에는 간호사 선·후배 특유의 괴롭힘 문화인 ‘태움’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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