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지원총괄심의관 출신 증인 출석
"林 지시 받은 사실 전혀 없다" 주장
"개인적으로 너무나 참담하다" 호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강제징용 재상고심 사건을 고의로 지연한 의혹과 관련해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을 지낸 현직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억울하다는 취지 주장을 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전모 대전고법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지난 2013년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을 맡았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2013년 11월8일 작성된 ‘강제동원자 판결 관련 검토’ 문건 등을 박모 전 사법정책심의관을 통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담당하는 대법원 민사 총괄 재판연구관 황모 부장판사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 전 심의관이 특정 사건을 검토한 법원행정처 문건을 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하는 것을 주저하자, 임 전 차장이 “총괄연구관과 동기인 전 부장판사를 통해 전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전 부장판사는 이 같은 지시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신께 맹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자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목소리가 빨라지기도 했다.
문제가 된 문건에 대해서도 “저희 실에서 작성하거나 제가 수정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서 내용에 대해 드릴 말씀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박 전 심의관이 찾아왔던 건 기억이 나지만 ‘총괄연구관에게 전화 정도 해주겠다. 전달은 직접 해라’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당시 사법지원심의관으로부터 ‘식민지 시대 과거사 사건 계류 현황’ 등을 보고를 받은 기억이 나느냐는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너무 오래된 일이고 제가 조사받을 때 제시받은 문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명확히 기억이 어렵다”며 “당시 업무를 담당한 심의관이 그랬고, 전산상 그렇다면 그럴 것”이라고 답변했다.
해외 송달을 고의로 지연시켜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기려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송달 관련 제가 ‘문제가 있다. 이게 왜 이렇게 됐냐’고 한 뒤에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사법지원실에서 다 했다. 아마 일주일도 안 걸렸을 것”이라며 “(일부러 늦어지게 한 사실이) 전혀 없다. 그부분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인신문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어 “법원행정처에서 있었던 이것과 관련해서 지금 임 전 차장이 재판을 받고 수많은 사람들이 조사를 받았다”며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너무나 참담하다고 느낀다”고 울먹였다.
앞서 증인신문에 불출석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던 전 부장판사는 이날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과태료가 취소됐다. 재판부는 “과태료 부과는 증인의 출석 확보가 주된 목적인데 이날 출석해 증언을 마친 점, 그밖에 소명 자료를 첨부해 제출한 이의신청서 내용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 20일 예정된 증인신문에 건강상 이유로 나오지 않은 김기춘(66)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다음달 26일 오전 10시로 재차 잡았다. 김 전 실장은 강제징용 재상고심 지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소인수회의’를 주최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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