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밤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 광장은 텐트 약 100동과 밤샘 농성에 들어간 현대중공업 노조원 등 1000여 명의 “물적분할 반대” “주주총회 저지” 외침으로 가득 찼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핵심인 현대자동차 지부 조합원과 현대중공업이 인수할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도 합류했다. 31일 오전 회관 1층 극장에서 열릴 예정인 회사 물적분할 의결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로 비쳤다.
○ 전운 감도는 주주총회장
30일 회관 앞 광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에서는 노조원들이 조를 이뤄 외부인 출입을 나흘째 막았다. 출입구 앞에 천막과 돗자리를 치고 이들은 외부인을 일일이 검색했다. 취재진도 신분증 등을 보여주고 소속 언론사 확인을 거쳐 노란색 출입 완장을 받은 뒤에야 광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노조는 자신들이 허가하지 않은 이들이 사진과 영상을 찍는 것을 막았다. 노조원들의 오토바이와 각종 차량 약 1000대가 광장 주위를 바리케이드처럼 둘러쳤다. 광장에서 회관 정문으로 가는 통로 곳곳에도 나무 책상과 의자를 쌓아 이중으로 외부인의 진입을 제지했다. 회관 건물 통유리 외벽은 흰색 커튼으로 가려뒀다.
앞서 민노총 울산본부는 이날 오후 5시부터 회관 앞에서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현대중공업 노조원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등 금속노조 산하 노조원 약 3600명(주최 측 추산 1만 명)이 참여했다. 박근태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의 법인 분할이 완성되면 한국의 자본들은 앞다퉈 지주회사를 만들고 공장의 것을 다 빼가고 노동자들은 착취 구조에 시달릴 것”이라며 “정몽준 일가만 포기하면 노동자가 산다”고 말했다. 이어 8시 집회에는 지역주민을 포함해 약 3000명(경찰 추산)이 참여했다.
이날 울산지법 제22민사부(재판장 서경희)는 현대중공업이 노조를 상대로 낸 부동산명도단행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노조의 단체행동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주주들의 주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로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가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는 회관을 회사에 돌려주라는 취지다. 다만 법원과 경찰은 “폭력 사태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노조의 강제 퇴거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법원은 주주총회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건당 5000만 원을 배상하도록 한 27일 가처분신청 일부 인용 결정 집행문을 30일 오후 4시경 회관에 부착하려고 했다. 그러나 노조원들이 회관 진입을 가로막아 집행문을 붙이지 못한 채 5분 만에 돌아갔다. 집행문 부착 여부와 관계없이 31일 오전 8시부터 이 결정의 효력은 발생한다.
회사 측은 주주총회를 예정대로 31일 회관에서 개최한다는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이를 위해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경비 인력 약 200명 외에도 사설경비업체 인력 450여 명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주들의 주주총회장 진입을 도울 예정이다.
그러나 회사 측은 31일 오전 주주총회를 회관에서 도저히 개최할 수 없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면 제3의 장소에서 개최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 주주총회장 변경에 관한 법원의 판례를 분석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회사 측이 주주총회장을 급작스럽게 바꿀 것에 대비해 울산대 정문과 후문, 울산과학대, 현대중공업 본사 등 예상되는 장소 5곳에 집회신고를 해뒀다.
○ 경찰 “폭력 행위 엄정 대응”
경찰은 31일 주주총회에서 발생하는 폭력 행위는 엄격히 조치할 방침이다. 동아일보가 30일 입수한 울산동부경찰서의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관련 경비대책’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주주총회 당일 대응 상황으로 △회관 출입을 위한 줄서기 경쟁 및 시비로 입실 지연 △주주총회장 출입 인원(420명) 초과 시 마찰 △앞자리 확보를 위한 내부 소란 △노조 측의 대주주 및 의장 등 입실 저지 △주주총회 의사진행 방해 및 의장석 점거로 인한 집단폭행 등을 꼽았다. 이 같은 상황에는 노사 양측을 분리한 뒤 극렬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현장에서 검거할 예정이다. 경찰은 기동대 64개 중대 4200명 외에 체포 및 호송조 104명과 조사 인력 41명을 따로 배치하기로 했다. 이날 동부경찰서는 30일 박근태 위원장 등 노조 간부 33명에게 다음 달 10일까지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이들은 27일 회관을 기습 점거해 업무를 방해하고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본관 출입문을 부수거나 보안팀 직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29일 물적분할로 탄생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본사의 울산 존치를 주장하며 삭발한 송철호 울산시장은 30일 “물적분할도, 주주총회 개최도 반대하지 않는다”며 “현대중공업이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울산에 두겠다고 밝히면 노사 중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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