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들 “1차적 책임 대형크루즈…여행사는 ‘글쎄’”
“위험한 상황 등 설명 안 했다면 일부 책임 질수도”
헝가리 기상정보 전문 제공업체 ‘이디오켑(Id?kép)’이 29일 오후(현지시간) 공개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채 침몰한 ‘하블레아니(인어)’호의 사고 순간 모습. (이디오켑 영상 캡처) 2019.5.30/뉴스1
30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물 사고로 한국인 7명이 사망하고 19명이 실종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고의 법적 책임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법조인들은 1차적 사고의 원인을 낸 대형크루즈선은 책임이 명백하다고 했지만, 여행사의 책임을 묻는 데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일단 앞서 가는 허블레아니호의 후미를 들이받아 침몰시킨 대형크루즈선은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고의) 1차적 책임은 유람선을 후미에서 들이받은 크루즈선이 질 것”이라며 “2차적으로는 사고를 당한 유람선의 관리실태와 책임 등을 따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도 “가해 선박에 대해서는 당연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 여행사 책임이다. 유람선에는 가이드 1명과 인솔자 1명, 사진작가 1명이 관광객 33명과 동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사는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고객들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사고 당시 기상 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구명조끼 착용도 하지 않는 등 재난에 대한 안전·예방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드러난다면 여행사도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구명조끼는 실내에 있을 경우 탈출의 안전을 위해 입지 않고 갑판으로 올라갔을 때만 입게 돼 있다”며 “실내에 있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을 것이라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어 “구명조끼를 (유람선 내에) 비치했는지 안전교육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따로 (현지 경찰의)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다뉴브강에서 이틀 전 자유여행으로 유람선을 탄 A씨는 “구명조끼는 구비돼 있었지만, 탑승할 때 입으라고 하지는 않았다”면서 “이틀 전에도 잠시 비가 왔다. 의자가 젖어 있었다”고 전했다. 가이드가 구명조끼를 입으라거나, 구명조끼 관련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여행사의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뉴스1이 취재한 법조인들은 “구명조끼가 사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가이드가 구명조끼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았더라도 여행사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부장판사는 “구명조끼를 입어 일부 생명을 건지거나 사고 확대를 방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구명조끼와 상관없이 이번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면 사고와 구명조끼 간 인과관계가 없어 구명조끼에 대해 가이드가 설명을 하지 않았더라도 여행사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여객선 관광을 하는데 구명조끼를 입고 하는 경우는 없지 않냐”며 “이번 사고에 여행사의 불법행위, 계약위반이 특별히 보이지는 않는다. 여행사 입장에서도 불가항력적 사고였기 때문에 여행사의 책임을 묻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현재까지 나온 상황으로는 도의적인 책임은 몰라도 법적인 책임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헝가리 MTI통신 등에 따르면 아드리안 팔 경찰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초기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형 여객선과 추돌한 뒤 빠른 속도로 가라앉으면서 완전히 침몰하기까지 단 7초가 걸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람선을 타기에 적절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책임이 인정될 소지가 있다.
대법원은 2011년 5월 피지섬 정글투어 중 현지 운전사의 부주의로 버스가 도로 아래로 굴러 떨어져 사망한 부부의 유족들이 낸 소송에서 여행사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기획여행업자는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여행목적지·여행일정·여행행정·여행서비스기관의 선택 등에 관해 미리 충분히 조사·검토해 여행계약 내용의 실시 도중에 여행자가 부딪칠지 모르는 위험을 미리 제거할 수단을 강구하거나, 여행자에게 그 뜻을 고지함으로써 여행자 스스로 위험을 수용할지에 관하여 선택할 기회를 주는 등 합리적 조치를 취할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판례에 따르면 당시 날씨 등 위험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일부 책임이 인정될 소지는 있어 보이지만, 과실 비율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행사측의 과실이 인정된다면 이번 사고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 등의 현지 체류비와 병원비, 국내 후송비용, 통신비, 피해에 따른 국내 병원비 등은 여행계약상 주의의무 내지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통상손해로 인정된다. 최근 대법원은 해외여행 도중 여행사측의 과실로 사고를 당한 경우 여행사가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허블레아니호의 후미를 추돌한 선박은 크루즈선 ‘바이킹 시귄’으로 알려진다. MTI통신은 바이킹 시권은 스위스 업체 소유 선박으로 선장은 현지인이라고 전했다.
다만 경찰은 침몰한 유람선 잔해를 인양하기까지는 수일이 걸릴 수 있고, 잔해 내부에 시신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확답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당시 허블레아니호에는 관광객 31명과 가이드 2명 등 모두 33명의 한국인이 탑승해 있었다고 밝혔다. 현지인 승무원 2명을 더해 총 탑승자는 35명이다.
경찰은 또한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21명(한국인 19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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