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사 김현철 씨(44)가 자신에게 의존하는 여성 환자들과 성관계를 맺는 등 '그루밍 성폭력'(Grooming·가해자에 의한 성적 길들이기)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김 씨의 그루밍 성폭력 처벌 가능성을 두고 법조인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PD수첩'은 28일 '굿 닥터의 위험한 진료' 편을 통해 김 씨의 그루밍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다.
환자 A 씨는 "(김 씨와) 만나면 모텔로 가기 바쁘고 호텔 가고, 항상 모든 만남에 성관계가 포함돼 있었다"며 "제가 이상해서 '너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니? 그냥 잠자리 대상으로 생각하니? 이렇게 묻기도 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할까 봐 혼자 전전긍긍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3년 동안 김 씨에게 치료를 받았다는 환자 B 씨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하지만 김 씨는 방송을 통해 "저는 그냥 있었는데 강제로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준우 변호사는 31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이런 사건은 밝히는 데 어려움이 크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루밍 성폭력이라는 게 기본적으로는 길들이기라는 표현이지 않냐. 그루밍이 심리적으로 취약하거나 친분을 활용한 상태에서 맺은 관계들인데, 알고 보면 일정한 권력관계에 기반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물리적, 육체적 관계를 맺었을 때 폭력이 동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 형사 처벌을 받긴 쉽지 않을 거다"라고 했다.
반면 노영희 변호사는 "의사와 환자 관계는 일반 성인 간 관계로 동등하게 취급하면 안 된다"라며 김 변호사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심리적인 치료받으러 오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원래 되게 상당히 취약한 상태에 있고 그들은 절대적으로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들에게 의존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그 치료하시는 분들의 말을 본인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 그분들에게는 이건(그루밍 성폭력이)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교회의 여성 신도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록 만민중앙성결교회 목사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 그루밍 성폭력을 인정, 항소심에서 징역 16년을 선고한 것에 관해 노 변호사는 "센세이션 했다"라고 평가했다.
함께 출연한 장진영 변호사는 "목사와 신도 간 성추행이나 성관계에 있어선 그루밍 성폭력을 인정하지 않는 게 판례였다"라며 법원의 이번 판결 의미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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