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만의 극적 상봉’ 도운 경찰관 “내가 더 간절했다”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31일 14시 12분


전북경찰청장, 김형민 경감·이혜영씨·예수병원 표창

1978년 프랑스로 입양됐던 제시카 브룬이 2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을 찾아온 고모와 상봉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2019.5.22 /뉴스1 © News1
1978년 프랑스로 입양됐던 제시카 브룬이 2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을 찾아온 고모와 상봉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2019.5.22 /뉴스1 © News1
“오히려 내가 더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프랑스로 입양된 제시카 브룬씨(47·Jessica Brun·여)가 47년 만에 가족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본 김형민 경감(전북경찰청 민원실장)이 눈시울을 붉히면서 한 말이다. 김 경감은 그녀가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발로 뛴 경찰이다.

김형민 경감은 지난 2월21일 전북경찰청 민원실을 직접 방문한 제시카 브룬씨로부터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다. 1978년 프랑스로 입양됐으며, 생사를 모르는 아버지와 가족들을 찾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강인철 전북경찰청장이 31일, 47년 만에 가족을 찾아준 유공자들에게 표창을 하고 있다.© 뉴스1
강인철 전북경찰청장이 31일, 47년 만에 가족을 찾아준 유공자들에게 표창을 하고 있다.© 뉴스1

당시 그녀가 내민 것은 요보호아동수용의뢰서였다. 의뢰서에는 1972년 2월25일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입원했고, 어머니는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런 사연을 들은 김 경감은 제시카 브룬씨와 어머니가 입원했었던 예수병원에 공문을 보냈다. 직접 병원 원무과를 방문해 부탁하기도 했다. 예수병원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10일 뒤 마이크로필름에 저장된 진료기록부를 찾을 수 있었다.

진료기록부에서 부모 이름을 확인한 김 경감은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주민센터를 방문했다. 그리고 담당자였던 이혜영씨와 함께 제적등본 찾기에 나섰다.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찾은 끝에 약 보름 뒤 제적등본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그토록 찾길 원했던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제적등본을 찾으면서 그녀의 가족과도 연락이 닿았다.

제시카 브룬씨는 지난 22일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났다. 전북경찰청에서 고모와 고모부를 껴안은 그녀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당시 제시카 브룬씨는 “나도 가족이 있다는 생각에 정말 기분이 좋다”며 “아버지를 만나지 못해 가슴 아프지만 고모와 고모부에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자기 일처럼 나서서 이 자리를 만들어 준 경찰에 정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녀는 최근 친 언니와 형부도 만나 가족의 정을 나눴다.

김형민 경감은 “제시카 브룬씨에게서 가족을 찾고자 하는 간절함을 느꼇다. 당연한 일을 한 것이다. 상보다는 가족을 찾았다는 사실에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기록부와 제적등본을 찾았을 때, 가족과 연락이 닿았을 때, 제시카 브룬씨가 헤어진 가족과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을 때 등 모든 순간이 내 일처럼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강인철 전북경찰청장은 이날 극적 상봉에 도움을 준 유공자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고 격려했다.

표창장을 받은 유공자는 김형민 경감(민원봉사실장)를 포함해 중앙동주민센터 이혜영씨 등 2명이다. 예수병원(병원장 권창영)도 표창을 받았다.

강인철 전북청장은 “헤어진 가족을 찾아줄 수 있었던 것은 내 가족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업무를 추진한 결과이며, 기관끼리 협업을 잘했기 때문이다”며 “감사와 축하를 드린다”고 격려했다.

(전북=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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