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꿈꿨던 20대, 가이드 첫 실습 나섰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일 03시 00분


현지 여행사 취업 2주만에 사고

사고 전날 페북에 올린 사진 사진작가를 꿈꿨던 헝가리 관광 가이드 이모 씨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사진. 사진에는 아이스크림, 와플, 요거트 등 마트에서 구입한 물품이 담겼다. 페이스북 캡처
사고 전날 페북에 올린 사진 사진작가를 꿈꿨던 헝가리 관광 가이드 이모 씨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사진. 사진에는 아이스크림, 와플, 요거트 등 마트에서 구입한 물품이 담겼다. 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에 탑승했던 한국인 실종자 중 1명은 사진작가를 꿈꿨던 전도유망한 청년 이모 씨(28)로 알려졌다. 부푼 꿈을 안고 부다페스트의 한 한국 여행사에 가이드로 취업한 그는 불과 2주 만에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허블레아니 승선은 그의 첫 가이드 실습이었다.

31일 지인들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달 17일 헝가리에 도착해 업무를 시작했다. 이 여행사는 ‘참좋은여행’이 모집한 한국인 관광객을 현지에서 인솔할 가이드를 공급하는 업체다.

그는 사고 발생 전날인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부다페스트에서 장을 본 사진을 올렸다. 빵, 요거트, 껌, 아이스크림 등 음식 사진을 게재하며 “부다페스트 물가를 궁금해하셔서 간단하게 오늘 장 본 것들 가격을 알려드린다”고 썼다. 이 소식이 그의 마지막 흔적이 됐다.

이 씨는 헝가리로의 이주를 준비하던 4월 자신의 또 다른 소셜미디어에 앞날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그는 “80개국 20여 개 도시를 다녀와 보면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기억에 남았던 곳, 겔레르트 언덕에서 보았던 환타색 하늘과 황홀하다는 말만 나오게 하는 웅장한 야경, 그리고 굴라시(헝가리 전통 스튜)의 나라”라며 헝가리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한 지인은 동아일보에 “한국에서 사진작가를 하다가 요즘 유럽에 온 한국 관광객들이 스냅 사진을 많이 찍어 헝가리로 왔다. 사고 당일에도 유람선에 탄 관광객들의 사진을 찍어주려고 탑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진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고, 사진을 잘 찍는 구도도 친절하게 알려주던 형이었다”고 애도했다. 이 씨 가족들은 31일 오후 헝가리로 떠났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헝가리#부다페스트#유람선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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