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에 탑승했던 한국인 실종자 중 1명은 사진작가를 꿈꿨던 전도유망한 청년 이모 씨(28)로 알려졌다. 부푼 꿈을 안고 부다페스트의 한 한국 여행사에 가이드로 취업한 그는 불과 2주 만에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허블레아니 승선은 그의 첫 가이드 실습이었다.
31일 지인들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달 17일 헝가리에 도착해 업무를 시작했다. 이 여행사는 ‘참좋은여행’이 모집한 한국인 관광객을 현지에서 인솔할 가이드를 공급하는 업체다.
그는 사고 발생 전날인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부다페스트에서 장을 본 사진을 올렸다. 빵, 요거트, 껌, 아이스크림 등 음식 사진을 게재하며 “부다페스트 물가를 궁금해하셔서 간단하게 오늘 장 본 것들 가격을 알려드린다”고 썼다. 이 소식이 그의 마지막 흔적이 됐다.
이 씨는 헝가리로의 이주를 준비하던 4월 자신의 또 다른 소셜미디어에 앞날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그는 “80개국 20여 개 도시를 다녀와 보면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기억에 남았던 곳, 겔레르트 언덕에서 보았던 환타색 하늘과 황홀하다는 말만 나오게 하는 웅장한 야경, 그리고 굴라시(헝가리 전통 스튜)의 나라”라며 헝가리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한 지인은 동아일보에 “한국에서 사진작가를 하다가 요즘 유럽에 온 한국 관광객들이 스냅 사진을 많이 찍어 헝가리로 왔다. 사고 당일에도 유람선에 탄 관광객들의 사진을 찍어주려고 탑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진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고, 사진을 잘 찍는 구도도 친절하게 알려주던 형이었다”고 애도했다. 이 씨 가족들은 31일 오후 헝가리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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