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11시 20분경 울산 남구 울산대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약 10분 만에 주총을 마친 주주들은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문 밖에서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던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뒤늦게 벽을 부수고 들어왔지만 텅 빈 무대만이 그들을 맞았다. 이날의 긴박한 5시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당초 이날 오전 10시 주총이 예정돼 있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안팎에서 밤샘농성을 벌인 노조원 등 약 1500명은 오전 6시경 즉석식품으로 아침을 때웠다. 이즈음 경찰 기동대 64개 중대, 4200명은 회관 앞 광장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노조 지도부는 오전 7시 집회를 열고 “(경찰에) 연행되더라도 변호사가 올 때까지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당부했다.
오전 7시 15분경 회사 측 보안팀 직원과 계약직 경비원 등 약 650명이 회관 앞 광장 출입구 주변에 도착했다. 약 25분 뒤 회사 측 주총 준비요원들이 와서 “비켜 달라”고 요구하다 물러났다. 오전 8시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김호균 위원장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하부영 지부장은 “공권력이 투입되면 전면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오전 8시 반경 주총 장소가 본사 체육관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가 돌자 노조원 약 500명이 600m 떨어진 본사로 가서 정문을 막고 경찰과 대치했다. 회사 측 우호 주주들이 머물고 있다는 소문이 돈 인근 호텔 출입구 좌우로도 노조원 약 400명이 몰렸다.
오전 9시경 법원에서 파견한 주총검사인이 회사 측 변호사와 회관 앞으로 와 “주총을 계속 막을 거냐”고 묻자 노조는 “그렇다”고 답했다. 오전 10시 반경 회사 측이 마련한 확성기에서 “주주총회장이 변경됐다. 장소는 울산대 체육관. 시간은 오전 11시 10분”이라는 공지가 나왔다. 회사 측 경비원 대여섯 명이 장소 변경을 알리는 팻말을 들고 다니며 주주총회 변경을 알리는 A5 용지 크기 공지문 수백 장을 뿌렸다. 주주총회 장소 변경의 사전 고지 절차를 밟으려는 것이었다.
당황한 노조원들이 울산대로 향하려 하자 회사 측 경비원들이 막아섰다. “××야 비켜, 비켜” 등 욕설을 하며 5분간 몸싸움을 벌이던 노조원 1000여 명은 오토바이와 차량에 올라타고 신호를 무시한 채 약 22km 떨어진 울산대로 이동했다. 오전 11시경 이들은 울산대에 도착했지만 체육관을 둘러싼 경찰들에 막혀 주주총회장으로 들어설 수 없었다. 앞서 회사 측은 지난달 30일 오후 5시경 울산대 측에 목적을 밝히지 않고 체육관 사용 허가를 받았다. 31일 오전 9시경에야 체육관을 주주총회장으로 쓴다고 통지했다. 울산대는 오전 10시경 경찰에 시설 보호 요청을 했고 40분쯤 지나자 회관 주변에 있던 경찰 대부분이 도착했다.
주총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노조원들은 체육관 가설무대 외벽 합판을 부수고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 소화기 분말을 뿌리고 탁구대, 책상 등을 집어던졌다. 매캐한 냄새가 퍼졌고 체육관 출입문 곳곳의 유리창이 부서졌다. 이 과정에서 무대에 있던 보안팀 소속 조모 씨(33)가 넘어지며 발목이 부러졌다. 울산지방경찰청 A 경위(45)는 체육관 후문에서 노조원 4, 5명에게 둘러싸여 폭행당했다. 취재진에게도 “뭔데 들어오느냐. 빨리 나가라”고 소리쳤다.
노조는 주총 직후 집회를 열고 3일 8시간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금속노조는 “변경사항에 대한 충분한 사전고지가 없었다” 등의 이유를 들며 법원에 주주총회 원천무효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법원 검사인의 판단으로 장소와 시간을 변경했으며 확성기와 유인물, 피켓 등으로 바뀐 장소와 시간을 고지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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