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와 긴장 속 퀴어 퍼레이드…충돌 없이 종료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1일 15시 58분


올해로 스무 번째 열리는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서울 도심을 순회하며 퍼레이드를 마쳤다. 일부 퀴어 반대 시민과 대한애국당원들이 퍼레이드 앞을 막아서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위원회)는 1일 오전 11시부터 광장에 80여개의 부스를 설치하고 사전행사를 진행했다. 오후 2시부터는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행사장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인파가 모였다.

강명진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폭력적인 언어까지 구사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제 한국 사회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며 “현재 미온적인 정부와 정치권도 소수자를 존중하는 정책 등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축제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길 건너 도로에서는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러플페스티벌’도 열렸다. 이들은 퀴어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을 향해 북을 치고 구호를 외치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러나 반대집회 역시 다양한 부스 행사를 준비하고 공연을 하는 등 나름의 축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주최 측은 성명서를 통해 “동성애자들을 인격체로 존중하지만 퀴어축제로 인해 건전한 성 관념이 무너지고 있다”며 “비정상적인 것 보다는 정상적인 것이 나음을 질서정연하고 단합된 모습으로 보여주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퀴어반대집회 역시 서울 도심을 순회하는 러플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대한문 행사장에서 시작해 세종로 사거리, 주한미국대사관, 세종문화회관을 지난 뒤 숭례문을 돌아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퀴어 축제의 행사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가두행진은 오후 4시부터 진행됐다. 행진은 을지로입구역부터 종각역, 광화문을 지나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진행됐다.

당초 경찰은 광화문에서 퀴어반대(러브플러스) 퍼레이드와 경로가 겹치고, 천막 농성 중인 대한애국당 등과 부딪히는 등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경찰은 이날 120개 중대 약 1만명의 경력을 배치해 혹시 모를 충돌 등 상황에 대비했다. 특히 양측이 물리적으로 마주치지 않도록 펜스를 통해 철저히 분리하는 작업과 퍼레이드 중 충돌을 막는 작업에 집중했다.

행진 도중 일부 퀴어 반대 시민이 퍼레이드 행렬에 뛰어들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하고, 일부 대한애국당원들이 주변 길가에서 “미쳤다. 뭐하는 짓들이냐”고 외치기도 했으나 큰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행진이 마무리되고 퀴어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에 다시 모였다. 저녁 7시까지 열리는 축하무대로 이날 행사는 마무리됐다.

올해 퀴어축제는 지난달 21일 개최, 오는 9일 마무리를 짓는다. 지난달 31일에는 서울광장에서 20회 기념행사인 ‘서울핑크닷’이 진행됐다. 6월5일부터 9일까지는 19회 한국퀴어영화제가 열린다.

퀴어축제는 1970년 6월28일 미국 뉴욕에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의미로 진행된 ‘게이프라이드’에서 시작됐다. 스톤월 항쟁은 1969년 미국 경찰이 게이바 ‘스톤월’을 습격하면서 발생한 시위를 말한다.

이후 퀴어축제는 전 세계로 퍼져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00년을 시작으로 매년 열려왔다.

퀴어퍼레이드 등 행사에 대해서는 그간 일부 기독교 단체 등을 중심으로 보수 성향 시민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과정에서도 집회 신고 경쟁과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 등 다난한 일들이 있었다.

주최 측은 집회 신고를 위해 지난 4월25일~5월2일 서울경찰청, 서울 남대문·종로경찰서에서 밤샘 대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 지난 4월30일 남대문경찰서에서는 주최 측 대기자들과 일부 보수 성향 집회 신고 대기자들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보수·종교단체 등 30명은 법원에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이 지난달 30일 기각 결정을 하면서 행사는 정상 운영될 수 있게 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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