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장 고소’ 배후 단서 외면한 경찰 왜?

고소·고발인, 사업가와 금전 거래 고통 호소
"왜 이런 데 개입해서는" 육성 남겨

경기 안산시장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고소·고발 배후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단서를 확보하고도 배후로 지목된 당사자를 수개월 동안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고소·고발인과 배후로 지목된 인물의 관계를 파악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이어서 그 배경에 의혹을 사고 있다.

2일 안산단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윤화섭 안산시장을 고소·고발한 서양화가 A(여)씨가 자신은 빠진 채 윤 시장과 지역 사업가 B씨의 만남과 합의를 종용하는 대화 녹취록을 경찰이 1월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녹취파일에는 A씨가 지난해 8월과 9월 윤 시장 측 인물로 추정되는 남성을 만나 ‘윤 시장한테 B씨를 만나서 합의하게 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파일에서 “모두가 안산에 사는 사람들인데 서로 협력해서, 윤 시장과 B씨가 잘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또 A씨 B씨를 자신의 아들 ‘아빠’라고 불렀고, 그러면서 1620억원대 빚을 자신에게 미뤄 이자에 이자가 불어나 고통스럽다는 말도 했다.

A씨는 “(B씨와의 돈 얘기는) 윤 시장에게 말 하지도 마. 답답해서 한 거니까”라면서 “내가 중간에 얘기 안 한 것은 얼마나 많겠어. 할 가치도 없고, 우리 아이에 대한 그런 것도 있기 때문에…”라고 했다.

이와 함께 “나도 살아야 될 거 아냐. 너무너무 복잡하고, 내가 왜 이런 데 괜히 (개입)해가지고… 머리 아파. 어떻게 이렇게 엮였는지…내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참 어떻게 해야 되나”라는 말도 수차례 했다.

경찰은 이런 내용이 담긴 파일 여러 개를 확보한 뒤 A씨의 대화 상대 남성은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B씨를 상대로는 윤 시장이 입장문을 공개적으로 발표할 때까지 단 한번도 조사하지 않았다.

경찰은 A씨의 고소·고발 배경과 사건 실체 여부, 무엇보다 B씨를 사건에 끌어들인 이유를 잠작게 하는 내용이 담긴 파일을 확보하고도 수사대상에서 제외해 의혹을 사고 있다.

안산단원경찰서 관계자는 “(B씨는) 다른 참고인 진술에도 여러 번 나와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윤 시장은 지난달 20일 입장문을 내 “지역 사업가와 지방지 기자인 (그의) 동생이 A씨의 일방적인 주장을 제게 전하며 겁박했다. 그의 동생은 제게 A씨의 일을 거론하면서 형이 소유한 토지 일대를 개발하고, 인사권을 나누라는 등의 요구를 했다”면서 “사업가와 A씨의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사건 배후 의혹을 제기했다.

윤 시장 측은 “입장문에서 언급한 인물과 녹취파일의 지역 사업가가 동일인인지는 경찰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안산=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