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폐쇄회로(CC)TV가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경기도에서 시작됐지만 이제 전국적 사안이 됐다. 사람들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온라인 검색을 살펴보면 수술실 CCTV는 오랫동안 미미한 수준을 보이다 지난해 10월 경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이후 잠시 주춤했다가 최근 다시 검색이 급증하고 있다.
해당 사안을 둘러싼 이해관계 구조와 짧은 기간 전국적 이슈가 된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수술실 CCTV의 온라인 문서상에 나타난 연관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사와 환자가 가장 상위에 올라있다. 또 경기도, 이재명 경기지사, 환자단체, 의료인, 의협 등이 인물이나 단체 명으로 나온다. 의사와 환자가 크게 대립하는 가운데, 경기도가 해당 사안을 쟁점화 하는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연관어 상위권에는 대리수술과 의료사고도 있다. 또 무자격자, 사건, 사고, 안전 등도 포함돼 있다. 그간 몇 번의 언론보도를 통해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이 충격을 준 바 있다. 또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환자 측에서는 수술에 대한 전문성이 없음에도 문제를 증명해야하는 정보의 비대칭적 상황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이 2가지 사안이 수술실 CCTV 설치 요구의 강력한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몇 건의 일로 전체 의사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 CCTV가 지켜보면 수술 중에 의료진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위축돼 적극적 대처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결국 환자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환자와 의사간 신뢰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의료계의 이러한 반발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의사들은 우리 사회에서 직업 뒤에 붙이는 ‘선생님’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군이다. 그러나 불신이 너무 커져버렸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수술실에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너무나 확고하다. 지난해 10월 조사에서는 “환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무려 82.8%로 나타났다. 반면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하고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13.3%에 그쳤다. 이런 격차는 뒤바꾸기 어렵다.
이런 여론 구조 하에서 의료계가 계속 반대하는 것으로만 비춰지면 오히려 상호간 불신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CCTV 설치가 진행되고 있고, 또 확산될 조짐이라면 의료계에서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환자 중심의 접근을 하면서 의사들의 인권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합의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오히려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복원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이미 사회적 이슈가 된 이상 이 사안의 합리적 해법을 찾기 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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