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역주행 사고…병 숨기면 면허증 발급 ‘만사 OK’ 라고?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6월 4일 13시 27분


조현병 역주행 사고…병 숨기면 면허증 발급 ‘만사 OK’ 라고? / 사진=뉴시스
조현병 역주행 사고…병 숨기면 면허증 발급 ‘만사 OK’ 라고? / 사진=뉴시스
조현병 환자로 추정되는 40대 남성이 3일 고속도로에서 역주행 사고를 내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운전면허 심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양산경찰서, 충남 공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4분경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5㎞ 지점에서 역주행을 하던 라보 화물차가 마주오던 포르테 승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라보 화물차 운전자 A 씨(40·남)와 A 씨의 아들(3), 포르테 운전자 B 씨(29·여)가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가출한 A 씨가 조현병 치료 중임에도 최근 약을 먹지 않아 위험하다’는 A 씨 아내의 신고를 받고 A 씨를 쫓던 상황이었다.

양산서 관계자는 동아닷컴과 통화에서 “A 씨의 아내가 ‘결혼 전부터 A 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A 씨가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건 아니었다. 고속도로순찰대 제2지구대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A 씨는 운전면허증 소유자”라고 말했다.

고속도로에서 정상 주행 중이던 B 씨가 A 씨의 역주행으로 억울하게 눈을 감자 누리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디 ijm3****는 관련 기사에 “역주행 화물차 운전자가 조현병이란다”면서 “정상 주행하던 운전자는 너무 억울한 죽음”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현행법을 보면 조현병 등 정신질환으로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없다고 전문의가 인정하는 사람은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

따라서 조현병 환자는 운전면허 응시원서 질병신고란에 반드시 자신의 병명을 체크해야 한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가 자신의 병명을 숨기고 운전면허를 취득, 재발급 받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승합차를 몰고 행인을 향해 돌진한 조현병 환자 C 씨도 병명을 숨기는 방법으로 운전면허를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교통공단이 면허 심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이디 hsw4****는 관련 기사에 “조현병 환자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해 준 관계당국에 책임이 있다. 사과하고 보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자기신고제도’를 운영해 조현병 환자의 자진 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가 면허 취득 과정에서 병명을 숨기면 현실적으로 면허 발급을 막기가 어렵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동아닷컴과 통화에서 “신체적으로 운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경우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시만, 정신질환자의 경우 현재로선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정신질환자가 병역 면제를 받았다거나, 요양 등급을 받은 전력 등이 있으면 저희 쪽으로 기간 통보가 온다”며 “이 경우 전문의·교통전문가 등이 면허 신규 취득을 원하거나 재발급을 요하는 면허 소지자를 상대로 질의 등을 통해 운전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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