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6시(한국 시간 오후 1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78km 떨어진 코마롬에서 인양선 ‘클라크 애덤’호가 부다페스트를 향해 출발했다. 지난달 29일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물 밖으로 꺼낼 배다.
동아일보 취재진은 국내외 언론 중 최초로 출발 12시간 전인 4일 오후 6시 코마롬에 정박 중인 클라크 애덤호에 올랐다. 예네이 줄러 선장은 한 시간 동안 함께 배를 둘러보고 인양 계획을 설명했다. 예네이 선장은 기자에게 “사고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잘 알고 있다. 인양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부터 꺼냈다.
헝가리 북서부에 있는 코마롬은 다뉴브강을 끼고 슬로바키아 코마르노와 마주 보고 있다. 이곳에서 사고 현장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시간. 이 배는 사고 다음 날부터 수심이 낮아져 유람선 인양이 가능해질 시점을 줄곧 기다려 왔다. 예네이 선장은 “지난달 30일 ‘인양을 준비하라’는 정부의 연락을 받았다. 정부가 이 배를 선택한 건 무려 300t짜리 배를 들어 올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1980년 만들어진 클라크 애덤호는 길이 73m, 높이는 최대 52m에 달한다. 12년째 이 배를 몰고 있는 예네이 선장은 경력 30년의 베테랑이다. 이 배의 단독 인양 가능 무게는 200t. 예네이 선장은 “2013년 코마롬 다뉴브강에 가라앉은 길이 약 80m, 무게 약 300t이던 작업선을 다른 배와 함께 한 달에 걸쳐 인양한 적이 있다. 2년 전에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15t짜리 배를 단 3시간 만에 인양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운항과 인양을 통제할 관제실로 올라갔다. 예네이 선장은 휴대전화로 매 시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수심을 점검해 수첩에 적었다. 작업을 위한 꼼꼼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4일 오후 6시 당시 수심은 472cm였다. 그는 “예측에 따르면 7일 수심이 422cm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이 정도면 인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제실에는 이 배가 지금 들어올리고 있는 물체의 무게를 표시해주는 화면도 있었다. 예네이 선장은 “허블레아니호의 무게는 50t이지만 물에 잠겨 있어 실제 무게는 60∼70t으로 늘었을 것”이라며 “인양하기에 크게 어려운 무게는 아니지만 줄을 잘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줄을 묶는 데 성공하면 끌어올리는 작업은 하루에 끝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그는 “선박이 가라앉은 지 오래됐기 때문에 끌어올릴 때 파손 위험이 있다. 파손 우려가 있으면 인양 작업을 중단하고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예네이 선장이 기자에게 인양에 사용할 줄을 보여줬다. 철로 된 한 개의 줄을 한 손으로 들어보니 꽤 무거웠다. 그는 “이 줄 8개를 하나로 묶어 앞쪽에 줄 4개와 닻 2개, 뒤쪽에 줄 2개와 닻 1개를 사용해 인양에 사용한다. 물에 닿아도 녹슬지 않는 방수 기능을 갖췄고 워낙 촘촘해 줄이 끊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8개를 하나로 묶으면 최대 400t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인양 작업에는 예네이 선장 외에 선원 10명도 참여한다. 부선장 역할을 맡고 있는 졸트 씨도 “우리 모두 다양한 배를 인양한 경험이 풍부하다. 반드시 인양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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