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을 통해 양아버지와의 친자관계가 없다는 판결이 확정돼 가족관계등록부가 폐쇄된 입양아는 가족관계등록부를 새롭게 창설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가사1부(부장판사 성지호)는 A씨(37)가 신청한 가족관계등록창설 항고심에서 최근 불허가 결정한 1심을 취소하고 허가 결정했다.
1982년 12월 태어난 A씨는 친모 사정으로 한 부부에게 입양됐다. 양아버지는 입양신고 대신 그를 친생자로 출생신고했다.
이후 1994년 양부모는 협의이혼을 했다. 양아버지는 다른 여성과 재혼을 했고, A씨는 양어머니와 생활했다.
그러던 중 양아버지가 사망하자 재혼한 처는 A씨를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청구 소송을 내 양아버지와 A씨가 친자관계가 아니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A씨의 가족관계등록부는 2017년 2월 폐쇄됐다. 이 경우 출생신고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면 새롭게 등록부를 작성할 수 있지만, A씨에겐 출생신고를 할 친모가 없는 상황이었다.
직무 수행이나 해외여행을 위한 여권조차 만들 수 없게 된 A씨는 법원에 가족관계등록창설 신청을 냈으나, 1심은 보정명령이나 아무런 이유설명 없이 2017년 9월 등록부 창설을 불허한다는 기각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하 공단)에 소송구조를 요청, 도움을 받아 항고를 제기했다.
A씨 대리인은 ‘국민이 가족관계등록부가 없는데 성과 본은 있으나 출생신고의무자의 출생신고를 기대할 수 없다’는 가족관계등록창설 허가 요건에 A씨가 모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폐쇄된 가족관계등록부와의 연결을 끊고 친자관계가 남아있는 양어머니의 것과 새롭게 작성한 등록부를 직권으로 연결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사망한 양아버지가 양어머니와 혼인 중 입양 의사로 A씨를 친생자로 출생신고했고, 그외 입양의 실질적 요건도 갖춰 입양 효력이 발생해 양어머니와 A씨 사이엔 양모자관계가 성립했다”며 “양아버지와 A씨 사이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됐더라도 양모자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폐쇄된 A씨 가족관계등록부에도 양어머니가 A씨 모(母)로 기재돼 있다”며 “A씨는 가족관계등록예규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하되 그 성과 본은 양어머니의 것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A씨를 대리한 공단 원주출장소 정혜란 변호사는 “1심 재판부는 등록부가 폐쇄된 사람은 등록부가 없는 것인데도 폐쇄된 등록부에 양어머니의 특정등록사항이 기록돼있단 이유만으로 등록부가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기각 결정했다”며 “경솔한 판단으로 결국 A씨는 2년여만에 국민으로 인권을 보호받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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